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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윤장현… 달랑 4줄 사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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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윤장현… 달랑 4줄 사과문

입력
2016.09.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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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척 실세 前 자문관 구속 사과

측근 비리 방지대책 언급도 안 해

책임론 확산 차단용 비판 나와

“시장의 令이 서겠나” 분위기도

윤장현 광주시장
윤장현 광주시장

윤장현 광주시장이 12일 자신의 인척이자 비선 실세로 알려진 전 광주시 정책자문관 김모(62)씨가 건설업체로부터 관급공사 수주 청탁을 대가로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데 대해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측근 비리 등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선 언급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청 내부에서조차 “윤 시장이 자신에 대한 책임론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마지 못해 사과를 한 것 아니냐”는 차가운 반응이 나왔다.

윤 시장이 이날 대변인실을 통해 서면으로 낸 사과문은 달랑 4문장이었다. “최근 김씨 구속 사건과 관련하여 시청이 압수수색을 받는 등 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 특히 저와 인척 관계인 김씨를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해 이런 일이 발생하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사법당국이 이번 사건에 관련된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 줄 것을 기대한다. 앞으로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더욱 정직하고 투명하게 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 윤 시장이 김씨의 구속과 관련해 보인 사실상 최초의 공식 반응이었다.

윤 시장이 인척인 김씨 문제로 고개를 숙인 것은 자신에 대한 책임론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시장이 취임 직후부터 숱하게 제기된 김씨의 시 산하 기관장ㆍ공무원 인사 개입과 각종 이권 연루 의혹을 두고서도 침묵으로 일관한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씨가 윤 시장을 등에 업고 실세 노릇을 하며 시정을 농단하고 있다는 시청 안팎의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았지만 윤 시장은 줄곧 “측근은 있을 수 없다”며 반응을 회피해 왔다. 지난 1일 주경님 광주시의원이 임시회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정책자문관인 김씨의 시정 농단 의혹 제기와 함께 윤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자, 윤 시장은 관련 부서를 통해 “구체적인 증거나 결과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며 되레 김씨를 감싸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윤 시장의 완곡한 사과의 표현에서 진정성 있는 반성을 읽어내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시장이 측근 비리 등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언급하지도 않은 채 “더욱 정직하고 투명하게 시정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다짐한 데 대해선 “공허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공무원들 사이에선 “이번 사건을 보면 결국 시장이 브로커를 감싼 셈이 됐는데, 앞으로 시장의 영(令)이 서겠느냐”는 부정적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 직원은 “김씨가 알게 모르게 시정과 인사에 개입하면서 공조직이 흔들리는데도 윤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직원들 사이에선 윤 시장의 레임덕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게 나온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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