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대중 작가’가 되고 싶어요. 나중에 제가 죽고 난 뒤에 사람들이 제 작품을 보면서 ‘대중이 사랑했던 이혜영이라는 작가가 있었다’고 기억해준다면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30일까지 두 번째 개인전 ‘바람의 뮤즈’를 열고 있는 방송인 이혜영(45)은 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어릴 때부터 대중을 상대로 일해왔잖아요.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좋아요. 전시도 그런 마음에서 계속 열고 있고요. 전시를 세 번쯤 더 열면 제 마음을 알아주지 않을까요?”
어느덧 방송계 데뷔 20년을 훌쩍 넘긴 이혜영은 그런 바람을 전시에 담았다. 그래서 전시 제목도 ‘바람의 뮤즈’다. “제 그림을 보면서 ‘이혜영은 늘 도전하는 사람이구나, 나도 뭔가를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셨으면 해요.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들이나 잘했는데 포기했던 것들을 되돌아보면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길 바라는 ‘바람’을 전시에 담았어요.”
‘바람’은 또 이씨 자신의 꿈을 실현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어릴 적부터 화가가 꿈이었는데 이제 나이도 먹을 만큼 먹고, 방송 활동도 할 만큼 하고, 이제 엄마가 된 후에야 비로소 꿈을 이루게 된 거죠.” 의상 디자이너, 의류 브랜드 CEO 등으로 활약한 이혜영은 “어느 날 갑자기 그림을 그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간의 삶이 제가 그림을 그리기까지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림 그리는 게 제일 쉽다”는 데도 이유가 있다.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해서 하루 12시간을 꼬박 그려도 힘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림을 시작한 지 약 5년 만에 작품은 어느덧 200점을 넘겼다. 지난해 10월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마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신작 위주의 두 번째 전시를 열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열정 덕분이다. “전시를 일부러 준비했다기보다는 그려대다 보니 그림이 많아서 전시를 할 수가 있었던 거죠.”
전시에는 신작 20점을 비롯, 40여 점의 작품이 포함됐다. 설치와 조형에도 처음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수백 개의 바람개비가 달린 흰색 그물이 전시장 신ㆍ구관 건물을 덮고,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차용했다는 부부리 조형물을 1층 전시장 한 가운데 세워 놨다.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었어요. ‘정말 하나도 모르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 무작정 한 발 내디뎌 본 거죠.” “궁금증을 주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설치나 조형 또한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나중에 대중이 참여하는 전시나 설치나 조형만으로 구성한 전시도 열고 싶어요. 전시를 하고 있는데도 다음 전시를 열고 싶어 마음이 급하다니까요.”
그는 “미술계의 평가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제 작품을 어떻게 말하든 중요하지 않아요, 알고 싶지도 않고요. 저한테는 그저 그림 그리고 있다는 그 자체가, 그림이 저를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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