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정 작가가 12일 MBC 수목드라마 ‘W’ 마지막 방송(14일)을 앞두고 “할 얘기는 많고 횟수는 제한돼 있고 제 필력은 딸리다 보니 불친절한 전개가 진행된 것 같아 송구스럽다”고 탈고의 변을 전했다.
송 작가는 이날 드라마 시청자 게시판에 ‘안녕하세요 작가 송재정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시청자 왕따시키는 드라마’,‘ 작가만 혼자 아는 스토리’라는 댓글을 볼 때 사실 몹시 뜨끔했었다”며 시청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밝혔다.
지난달 20일 첫 방송된 ‘W’는 만화와 현실의 교차라는 새로운 소재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샀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이야기가 어려워져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만화 속 인물과 현실 속 인물들이 생과 사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복잡해지고, 만화 속 인물이 현실 속 인물의 정신 세계를 지배하는 등 초현실적으로 극이 전개되면서 쉽게 볼 수 없는 드라마가 돼 버린 탓이다. ‘W’는 참신한 소재를 힘 삼아 방송 내내 지상파 수목극 시청률 왕좌를 지켜왔지만, 이야기가 난해해 시청률이 10%대 초반에서 정체돼 왔다.
드라마 전개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송 작가는 이날 인터넷 블로그(http://blog.naver.com/happycatmini)에 1회부터 15회까지의 대본을 모두 공개하기도 했다.
끝나지도 않은 드라마의 대본을 작가가 공개하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화면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를 전해 마지막 방송 전 시청자들의 이해를 조금이라도 돕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송 작가는 “침대에 누워 텍스트로 찬찬히, 지문도 꼼꼼히 읽으시다보면 숨 넘어가게(?) 빠른 한 시간짜리 방송보다는 이해가 수월하시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했다. 마지막 회인 16회 대본은 방송 후 공개된다.
송 작가는 드라마 제목을 ‘W’로 정한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W’는 만화 주인공으로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인 강철(이종석)이 가족을 죽인 의문의 살인범을 찾는 과정을 중반까지 중점적으로 펼쳐낸다. 송 작가는 “W는 누가(Who), 왜(Why)가족들을 죽였는지를 찾아야만 하는 강철에게 부여된 설정 값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원더 월드’(Wonder World)란 뜻도 담겼다. 송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갑작스럽게 이상한 세계에 빨려 들어간 연주(한효주)의 시선에서 본, 달콤살벌한 만화 속 세상을 뜻하기도 한다”고도 덧붙였다.
송 작가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2006)과 ‘크크섬의 비밀’을 비롯해 tvN 드라마‘인현왕후의 남자’(2012)와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의 대본을 쓰는 등 추리와 스릴러적 장르에 주력해왔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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