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심사 등 합격권 들지 못한
재단 이사의 아들 임의로 선발
서울교육청의 해임 요구 거부
檢 수사는 9개월 되도록 늑장
서울 Y고교 교장이 학교 재단 이사의 아들을 부정하게 정교사로 채용한 혐의가 드러났는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1년 넘게 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교 재단이 서울시교육청의 해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데다, 고발을 접수한 검찰 수사는 늑장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는 Y고 임모 교장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임 교장은 지난해 8월 Y고와 학교 재단에 대한 시교육청 특정감사에서 김모 재단 이사의 장남을 체육 교사로 채용하기 위해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돼 같은 해 12월 고발됐다. 김 이사는 Y고 설립자인 정모 전 재단 이사장의 건물을 지은 건설업체 대표다.
시교육청 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임 교장은 지난해 1월 Y고 체육 교사 채용 전형 당시 2차 서류 심사에서 8등에 그쳐 합격권(5명)에 들지 못한 김모씨를 임의로 구제했다. 5등 합격자를 떨어뜨리고 대신 김씨를 넣었다. 3차 면접 평가 때는 김씨에게 최고 점수를 줬고, 시범 수업이 포함된 3차 전형 점수 합계가 다른 응시자와 동점이 되자 기준 없이 김씨를 낙점하기도 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2014년 말 신규 교원 채용 공고 때부터 합격자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한다. Y고 교사 A씨는 “예체능 과목 교사의 경우 보통 3~4년 동안 기간제로 일한 교사들 중 선발하는데 정규직 교사를 뽑겠다고 했을 때 정 전 이사장과 특수관계인 사람이 내려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고발에 앞서 재단 이사장에게 임 교장 해임을 요구했으나 재단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검찰 역시 고발된 지 9개월이 되도록 아무런 처분을 내리지 않아 교육청의 고발이 무색한 지경이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우선 순위에서 밀려 수사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임 교장은 “심사위원의 협조자인 교무부장이 잘못 매긴 점수를 심사위원인 교장이 고쳤을 뿐인데 뭐가 문제냐. 서류 채점이 제대로 됐다면 김씨 등수는 8위가 아니라 3위가 됐을 것”이라며 “응시자가 재단 이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시교육청의 감사를 받으면서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응시원서에는 가족사항 기재난이 있다.
Y고 재단은 앞서 2010년 말 시교육청 특별감사에서 이사장의 금품 수수와 횡령 등 35건의 비리가 드러나 이듬해 정 당시 이사장에 대한 임원 취임 승인이 취소됐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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