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환자 2.5명당 간호사 1명
기준 지킨 1~3등급도 절반 불과
최근 5년간 허위신고 무려 233건
“안전과 직결… 기준 지키게 해야”
전국에 있는 병원 10곳 중 9곳은 간호인력을 신고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됐다. 간호등급의 최하 기준에도 못 미치는 병원이 대다수라는 뜻으로, 간호인력 부족 문제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9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병실이 한 곳이라도 있는 병원 8,001곳 가운데 간호인력을 신고해 등급을 받은 곳은 868곳(10.8%)에 그쳤다. 병원들이 간호사를 규정대로 채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간호등급제도(간호사 1인당 담당 병상 수에 따라 입원료 수가를 가ㆍ감산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병원(7,133곳)은 참여하지 않았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학과 교수는 “간호인력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최하위 등급인 7등급과 똑같이 입원료의 5%를 덜 받는 불이익을 받으니, 7등급에도 못 미치는 경우 신고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고한 868곳 가운데 법정 기준을 지킨 1~3등급은 341곳으로 절반이 채 안 된다. 의료법 상 병원은 입원 환자 2.5명 당 1명의 간호사를 둬야 하지만, 처벌 규정은 따로 없다. 간호인력을 부풀려 허위로 신고하는 곳도 있어 실제 상황은 더 열악할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 간(2011~2015년) 간호인력 허위신고 건수는 233건에 달했다. 퇴직자나 휴직자를 퇴직ㆍ휴직 처리 하지 않고 인력에 포함시키는 게 대표적이다.
병원 내 간호사가 부족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물론 환자들이다. 한미정 보건의료노조 사무처장은 “예컨대 돌보는 환자가 많으면 약물명과 용량 등을 정확히 확인 못할 가능성이 높고 투약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병원 내 감염을 부추기기도 한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연구위원은 “업무량이 많아지면 감염 관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어 간호사가 부족하면 병원 감염률이 증가한다는 해외 연구도 많다”고 말했다. 실제 대학병원에서 10년 이상 일한 간호사 김모(39)씨는 “시간에 쫓기다 보면 마스크 착용이나 손 씻기를 놓칠 때가 있다”며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하지만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간호인력 문제가 환자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최소한 법정 기준은 지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진현 교수는 “기준을 지키지 않는 병원은 개원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건정 이화여대 간호학과 교수는 “근무여건이 열악한데 월급이 200만원이 안 되는 곳이 많으니 간호사들이 떠나는 것”이라며 “근무환경과 처우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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