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휘부 등 시설 겨냥한 훈련
작전반경 1000km 달해 中 민감
2010년 후 두 차례만 서해 진입
“대북제재 中협조 필요한 시점”
항모 실제 투입 여부 지켜봐야
한미 양국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맞서 최고 수위의 대북응징을 경고한 가운데, 내달 항공모함을 서해에 투입할 예정이다. 북한을 겨냥한 확장억제를 넘어 대북공조에 중국을 끌어들이려는 초강도 압박카드인 반면, 중국의 반응에 따라 역효과를 낼 수도 있어 주목된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9일 핵실험 직후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다음달 10~15일 서해와 제주도 남방 해상에서 한미 연합 항모강습단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양국은 유사시 북한 지휘부를 포함한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번 훈련은 우리 해군 작전사령부와 일본 요코스카에 주둔한 미 해군 7함대가 진행하는 것으로, 7함대 소속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참가한다. 레이건호는 축구장 3개 넓이의 갑판에 항공기 80여대를 싣고 다녀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리는 전략무기다. 슈퍼호넷 전투기와 전자전기, 공중조기경보기 등이 24시간 작전을 수행하며 소규모 국가의 공군력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
서해 훈련은 통상 전북 군산 서쪽 해상에서 진행된다. 이곳에 미군 항공모함을 투입한 건 2010년 이후 고작 두 차례에 불과했다. 중국의 거센 반발 때문이었다. 2010년 3월 천안함 피격 직후 한미 양국은 서해에서 항모가 참가하는 대북응징 훈련을 하려다 중국의 반대에 막혀 7월 동해로 장소를 바꿨다. 북한이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도발까지 자행하자 항모가 비로소 서해에 진입해 훈련을 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2012년 6월에도 미 항모가 서해에 투입됐다. 북한이 같은 해 4월 12일 장거리미사일 발사로 미국과 불과 한 달여 전에 맺은 2ㆍ29합의를 일방적으로 깨면서 미 정부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이었다. 반면 올해 들어 1월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북한이 잇따라 도발수위를 높였지만, 미 항모는 중국을 의식해 서해에 진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이 민감한 이유는 미 항모의 작전반경이 1,000㎞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항모가 서해에 들어서면 중국 해안의 동해함대(상하이)와 북해함대(칭다오)를 포함해 내륙의 탄도탄기지와 공군기지까지 미군의 정찰자산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11일 “미 항모의 작전반경을 감안하면 서해가 아닌 이어도 근방이나 제주도 남쪽에서 항모가 움직여도, 중국은 엄청난 군사정보가 노출될 것이라는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한미 양국이 실제 서해에 항모를 보낼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5차 핵실험에 맞서 중국도 대북제재에 동참하겠지만, 훈련이 예정된 내달 10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제재 수위를 놓고 논의가 한창 무르익을 시점이어서 굳이 중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는 탓이다. 앞서 한미 양국은 중국이 반대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논의를 당초 올 2월에서 유엔 안보리 대북결의 2270호 채택 이후인 3월로 미룬 전례가 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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