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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대 누드, 또 검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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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대 누드, 또 검열 논란

입력
2016.09.1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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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펜 에길 한센 아프텐포스텐 편집장이 9일(현지시간) 베트남전의 참상을 알린 판티킴푹의 사진을 필터링한 페이스북을 향한 공개질의가 실린 1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슬로=EPA 연합뉴스
에스펜 에길 한센 아프텐포스텐 편집장이 9일(현지시간) 베트남전의 참상을 알린 판티킴푹의 사진을 필터링한 페이스북을 향한 공개질의가 실린 1면을 들어보이고 있다. 오슬로=EPA 연합뉴스

베트남전 당시 한 소녀가 미군의 네이팜탄 투하로 불이 붙은 옷을 벗어 던지고 달려 나오는 역사적인 사진이 페이스북에서 지속적으로 검열을 당해 논란이 일었다. 노르웨이 일간지가 1면 기사로 항의하는 등 비판이 이어지자 페이스북은 게시 허용 방침을 밝혔다.

영국 언론에 따르면 8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최대 일간지 아프텐포스텐은 1면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향해 ‘네이팜 소녀’ 사진이 지속적으로 검열ㆍ삭제된 데 대한 공개질의를 보냈다. 노르웨이 작가 톰 에이란이 페이스북에 ‘역사를 바꾼 7장의 전쟁 사진’을 게시했는데 그 중 하나였던 이 사진이 검열ㆍ삭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프텐포스텐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페이스북에 사진을 재차 게재했지만 역시 필터링 조치를 당했다.

이에 아프텐포스텐의 에스펜 에일 한센 편집국장은 “아동 포르노물과 역사적 전쟁 사진을 분간하지 못하는 페이스북의 무능력이 그대로 드러났다”며 “저커버그가 이 결정을 심사숙고해서 내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도 10일자 1면에 사진을 게재하는 등 이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페이스북 측은 “아동 포르노로 보일 수 있는 사진은 무조건 삭제한다”는 원칙론을 강조하며 “어떤 것은 예술성이 있고 어떤 것은 없다고 임의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와 네티즌이 항의의 표시로 같은 사진을 계속해서 업로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결국 9일 “이 사진의 역사적ㆍ세계적 중요성을 인식한다”며 “삭제된 게시물을 되살리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문제의 사진은 1972년 베트남 남부 트랑방 지역에서 AP통신 사진기자 닉 우트가 폭격을 맞아 벌거벗은 채로 뛰쳐나온 판티킴푹(당시 9)을 촬영한 사진이다. 당시 판은 가족과 함께 카오다이 사원에 숨어 있다가 미군의 네이팜탄 투하로 사원이 불에 타자 불이 붙은 옷을 벗고 뛰쳐나와 ‘뜨거워, 뜨거워’라고 외치며 도망치다 결국 실신했다. 등에 극심한 화상을 입었기에 생존 가능성은 낮았지만 17차례의 수술과 피부이식 등을 통해 살아남았다. 이후 판은 캐나다로 망명했으며 현재 유엔 친선대사로 일하고 있다.

‘예술 대 페이스북’논쟁은 처음이 아니다. 페이스북은 5년 전 프랑스 교사 프레데릭 뒤랑-바이사가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의 누드화 ‘세상의 기원’을 업로드하자 계정을 폐쇄했다 소송을 당했다. 페이스북은 이 사건을 계기로 회화ㆍ조각 등 예술작품으로 묘사된 나체의 사진은 검열되지 않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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