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9ㆍ11 테러 15주기를 맞아 추도연설에서 “다양성이 미국의 가장 강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리스트의 위협으로 인해 국수주의와 이슬람포비아(이슬람에 대한 공포)가 득세하는 분위기를 경계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묵념의 시간인 오전 8시 46분을 보냈다. 8시 46분은 2011년 당시 테러가 발생한 시각이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공격당했던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열리는 추도행사에 참석해 헌화한 후 기념연설에서 미국의 통합을 호소했다.
그는 “저들(이슬람 극단주의 테러리즘 집단)은 미국처럼 강력한 국가를 정면으로는 이길 수 없음을 알았기에 공포를 확산(terrorize)해 우리를 분열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는 이어 “다양성과 다인종 전통은 미국의 약점이 아니라 가장 강한 힘”이라며 “이것이 2001년 9월 저들이 공격한 미국이자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미국”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직설적으로 반무슬림, 반이민 노선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를 겨냥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미국인은 전세계 곳곳에서 왔으며, 모든 피부색, 모든 종교, 모든 출신성분이 어우러진 것이 미국인”이라며 사실상 트럼프 후보의 국수주의ㆍ이슬람혐오 노선을 경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금은 어려운 시기”라 인정하면서도 “사랑과 신념이 당신을 저버리지 않게 하라”고 말했다. 또 “국가는 2001년 9월 11일에 희생당한 이들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희생자를 추모했다.
이날 뉴욕 세계무역센터가 있던 자리인 ‘그라운드 제로’에서는 8시 46분에 묵념의 시간이 지난 후, 피해자의 친족이 당시 납치된 4대의 비행기에 탔다 희생당한 3,000여명의 이름을 일일이 낭독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후보도 이날은 대선 레이스를 중단하고 뉴욕에 등장해 엄숙한 시간을 보냈다. 비행기로 공격당한 다른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솅크스빌 93편 국립기념관에도 추모객이 모였다.
9ㆍ11 테러는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집단 알카에다가 4대의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진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을 공격한 사건으로 미국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당시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침공했고 이로 인해 중동 정세가 급격히 흔들리는 등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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