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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할 것 같다고? 느껴봐! 골리앗 SUV의 섬세한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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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할 것 같다고? 느껴봐! 골리앗 SUV의 섬세한 반란

입력
2016.09.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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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의 7인승 대형 SUV QX60이 숲길을 달리고 있다. 인피니티 제공
인피니티의 7인승 대형 SUV QX60이 숲길을 달리고 있다. 인피니티 제공

기아 모하비ㆍ현대 맥스크루즈

넉넉한 공간ㆍ파워로 인기몰이

수입 SUV는 가솔린 모델이 대세

최첨단 기술로 스마트 드라이빙

버튼만 누르면 좌석 변형되고

고음질 스피커ㆍ대용량 수납 자랑

공기 청정 기능 등 편의성 가득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A(41)씨는 10년 가까이 탄 현대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를 처분하고 최근 ‘맥스크루즈’를 구입했다. 현대차 SUV 중 가장 큰 차체와 적재용량을 가진 차다. 김씨는 “SUV를 오래 타니 더 크고 실내가 넓은 차가 끌렸다”며 “가족들이 편안하게 야외활동을 하기엔 역시 크고 튼튼한 차가 제격”이라고 말했다.

소리 없이 꾸준한 대형 SUV

국내외를 막론한 ‘SUV 열풍’의 주역은 여성도 운전하기 쉽고, 도심에서 타기 편한 소형 SUV다. 그렇다고 대형 SUV 시장이 납작 엎드린 것도 아니다. 폭발적이지는 않아도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좌석 세 열이 설치된 7인승을 대형 SUV로 친다. 자동차 업체들이 판매하는 SUV 가운데 제일 크고, 고급스럽다. 대부분 사륜구동이라 비포장도로에서 진가를 드러내는 것도 특징이다.

판매량 역주행 신화를 쓰는 국산 대형 SUV의 대표주자 모하비. 기아자동차 제공
판매량 역주행 신화를 쓰는 국산 대형 SUV의 대표주자 모하비. 기아자동차 제공

국산 대표는 기아자동차의 ‘모하비‘다. 강철로 만든 뼈대(프레임)에 차체를 올려 튼튼한데다 직선 위주의 디자인이 매력 요인이다. 2008년 첫 출시된 모하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역주행 신화’도 쓰고 있다.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올해는 지난달까지 총 9,552대가 팔렸다. 2014년에 세운 연간 최대 기록(1만581대) 돌파는 시간 문제다.

지난해 초 ’베라크루즈’를 단종한 현대자동차에서는 모하비보다 조금 작은 맥스크루즈가 최상위 SUV 역할을 맡고 있다.

가솔린 엔진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대형 SUV 파일럿. 혼다 제공
가솔린 엔진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대형 SUV 파일럿. 혼다 제공

수입차 중에선 가솔린 엔진을 품은 대형 SUV들이 강세다. 지난해 말 혼다가 출시한 3세대 ‘파일럿’의 올 1~7월 판매량(369대)은 전년 동기 대비 10배 이상 늘어 혼다를 미소 짓게 만들었다. 파일럿은 배기량 3.5ℓ 가솔린 엔진이 시끄럽지 않으면서도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2012년 국내에 상륙한 인피니티 ‘QX60’에도 3.5ℓ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이 차는 올해 1~7월까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많은 186대가 팔렸다. 곧 부분변경 모델도 나온다.

적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으로 대형 SUV 인기를 견인한 익스플로러. 포드 제공
적은 배기량의 가솔린 엔진으로 대형 SUV 인기를 견인한 익스플로러. 포드 제공

포드의 ‘익스플로러’는 올해 들어서만 3,000대가 넘게 팔린 수입 대형 SUV의 최강자다. 큰 체격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심장(2.3ℓ 가솔린 엔진)이 들어갔지만 출력은 3.5ℓ 엔진 부럽지 않다.

’아우디 Q7’과 볼보자동차 ‘XC90’은 올해 완전변경 모델 출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Q7은 7월까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785대가 팔렸다. 여름부터 고객 인도가 시작된 XC90도 판매량에 탄력을 붙여가고 있다. 두 차 모두 상시 사륜구동이 기본 적용됐고, 고속도로 자율주행, 자율주차 시스템 등 최첨단 기술까지 갖췄다. 가격이 1억원이 넘어간다는 것도 비슷하다.

덩치는 커도 둔하지 않다

가격이 비싸지만 첨단 기술과 안전성으로 무장한 XC90. 볼보자동차 제공
가격이 비싸지만 첨단 기술과 안전성으로 무장한 XC90. 볼보자동차 제공

대형 SUV는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운전하는 느낌이 천양지차다. 차가 크고 무거워도 요즘 힘 좋은 엔진과 정교한 자동변속기, 부드러운 운전대 앞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운전자의 시야가 넓고, 고급 현가장치(서스펜션)가 적용돼 주행이 편안하다. 차체가 튼튼해 안전성이 높은 것도 장점이고, 트렁크가 넉넉해 적재 고민도 줄어든다.

공간이 많아 세단보다 큰 스피커를 더 많이 넣을 수 있어 웅장한 음향도 즐길 수 있다. 혼다 파일럿의 경우 운전석 오른쪽에 2ℓ 생수통 두 개를 세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수납공간의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이런 장점들이 대개 10㎞/ℓ 안팎에 그치는 대형 SUV의 최대 단점 연비를 상쇄한다.

파일럿 운전석 옆 수납공간은 테이블처럼 쓸 수 있고, 덮개를 열면 2ℓ 생수병 두 개가 들어간다.
파일럿 운전석 옆 수납공간은 테이블처럼 쓸 수 있고, 덮개를 열면 2ℓ 생수병 두 개가 들어간다.

속속 추가되는 섬세한 기능들도 대형 SUV의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볼보 XC90, 포드 익스플로러는 차 뒤쪽 아래에서 발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편하게 트렁크를 열 수 있다.

여기에 익스플로러는 손으로 3열 좌석을 접고 펴지 않아도 된다. 버튼을 누르면 3열 좌석이 자동으로 다양한 형태로 변형된다. 5개 숫자로 열쇠 없이도 운전석 문을 열 수 있는 기능도 편리하다.

혼다 파일럿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2열 좌석이 자동으로 접히며 앞으로 쑥 이동한다. 손으로 좌석을 접고 밀어야 3열 자리로 들어갈 수 있는 번거로움에서 해방됐다.

덩치만큼 널찍한 QX60 운전석과 조수석. 인피니티 제공
덩치만큼 널찍한 QX60 운전석과 조수석. 인피니티 제공

볼보 XC90은 2열에 전기콘센트와 공기청정 기능이 포함된 온도 조절 기능이 설치되는 등 뒷좌석 탑승객을 위한 배려가 돋보인다.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 대형 SUV는 판매량이 적어도 이윤은 많이 남는 차종이다. 차체가 커 고단 변속기나 자율주행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하기도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SUV는 대형 세단만큼이나 최신 기술력을 겨루는 차종인 만큼 자동차 업체들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부문”이라고 말했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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