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 동해안에서 갑작스럽게 몰아친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바닷가를 산책 중이던 초등학생이 숨지는 등 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최근 들어 동해안을 덮치는 너울성 파도의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속초해양경비안전서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후 3시쯤 강원 고성군 토성면 해변을 걷던 A(10)군 형제가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다. 사고가 나자 인근에 있던 방모(26) 육군대위 등이 동생(8)을 구조했다. 그러나 해경에 의해 구조된 A군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앞서 이날 오전 9시 15분쯤 고성 천진해변에서 스쿠버 교육을 받던 김모(50)씨 등 3명이 너울성 파도에 떠 밀려 연안에서 100m 떨어진 곳에서 표류했다. 이들은 긴급 출동한 속초해경 122구조대에 의해 15분 만에 구조됐다. 이날 해상에는 파고 1.5~2m의 너울성 파도가 일어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지난 9일 앞서 지난 9일 오전 9시쯤 에는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의 한 리조트 앞 해상에서 수학여행을 온 수원지역 모 초등학교 6학년 김모(12)군이 2m 높이의 너울성 파도에 휩쓸려 표류하다 극적으로 구조되는 아찔한 일이 벌어졌다. 김군은 학교에서 배운 생존수영을 통해 구조대가 출동하기까지 13분을 바다에서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속초해경은 “최근 고성군 일대에서 너울성 파도에 의한 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바닷가를 찾거나 해상 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너울성 파도는 바람의 영향 등으로 해상에서 만들어진 커다란 물결이다. 일반 파도에 비해 에너지 감쇄가 적기 때문에 백사장이나 내륙을 향해 들어오는 힘이 강해 큰 피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강원 동해안의 너울성 파도 빈도는 잦아지고 강도는 세지고 있다는 점. 지난해에만 너울성 파도로 인한 연안해역 위험경보가 80차례를 넘었고, 지난해 11월에는 하루 새 30억 원이 넘는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올 들어 지난달 31일에는 너울성 파도로 어제 강릉 정동진 모래시계 공원 인근 산책로가 유실되고, 양양에선 군 부대 경계초소가 주저앉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해안가 도로와 가옥이 침수되는 수준을 넘어 단단히 고정된 구조물까지 파괴하는 등 주민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기상 전문가들은 “파랑정보 등을 파악할 관측소를 충분히 설치하고, 이곳에서 모아진 자료를 분석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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