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시중 금리보다 10배가 넘는 높은 이자를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에게서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가짜 종합금융투자사를 설립한 뒤 다단계 투자사기를 통해 4,700여명으로부터 1,350억원을 가로챈 혐의(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로 손모(41)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투자자 모집에 동원된 보험설계사 강모(39)씨 등 64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서울 강남구의 고급 오피스텔에 K파트너스, K에셋, I뱅크 등 여러 유령회사를 세운 뒤 ‘금융 네트워크를 갖춘 종합금융투자사’로 위장했다. 이후 보험설계사 60여명을 고용해 영업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보험설계사들은 “에티오피아 원두 농장과 중국 웨딩사업, 상장사 전환사채 등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원금보장은 물론 은행금리보다 10배 넘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꼬드겼다.
이들이 사용한 사기 수법은 이른바 ‘폰지 사기’로 알려진 다단계 투자 방식. 신규투자자의 돈으로 앞서 투자한 이들에게 이자 및 배당금을 지급하는 사기로, 1920년대 미국의 사기꾼 찰스 폰지가 쿠폰사업 명목으로 8개월 만에 4만여명으로부터 1,500만달러를 가로챈 사건에서 따 왔다. 가짜 금융상품을 내건 피의자들도 나중에 투자한 피해자의 돈으로 앞선 투자자의 원금과 이자를 메워가는 ‘돌려막기’ 수법을 썼다.
강씨 등 보험설계사들은 투자자를 유치하면 손씨 등으로부터 투자금액의 9~12%를 수당으로 받았다. 보험과는 무관한 상품이었지만 보험설계사 입장에선 보험 고객을 유치했을 때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어 공격적으로 투자를 유인했고, 투자사 입장에선 보험설계사들이 여윳돈이 있는 고객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보험설계사들은 서울 강남의 고급 펜트하우스를 빌려 일대일 상담을 하며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수천명으로부터 투자금을 뜯어낼 수 있었고, 60억원이 넘는 수당을 받은 보험설계사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 영업을 하며 얻은 고객신용정보를 임의로 범죄에 이용했다”며 “영업 활동을 통해 확보한 개인정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못하게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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