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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금리의 10배 넘는 이자 보장” 1400억 가로챈 다단계 투자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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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금리의 10배 넘는 이자 보장” 1400억 가로챈 다단계 투자사기

입력
2016.09.1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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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들은 사기 행각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서울 강남의 고급 펜트하우스를 빌려 영업을 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피의자들은 사기 행각을 숨기기 위해 일부러 서울 강남의 고급 펜트하우스를 빌려 영업을 했다. 서울경찰청 제공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시중 금리보다 10배가 넘는 높은 이자를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에게서 거액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가짜 종합금융투자사를 설립한 뒤 다단계 투자사기를 통해 4,700여명으로부터 1,350억원을 가로챈 혐의(유사수신행위의규제에관한법률 위반)로 손모(41)씨 등 5명을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투자자 모집에 동원된 보험설계사 강모(39)씨 등 64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손씨 일당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서울 강남구의 고급 오피스텔에 K파트너스, K에셋, I뱅크 등 여러 유령회사를 세운 뒤 ‘금융 네트워크를 갖춘 종합금융투자사’로 위장했다. 이후 보험설계사 60여명을 고용해 영업법인을 설립하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보험설계사들은 “에티오피아 원두 농장과 중국 웨딩사업, 상장사 전환사채 등 각종 금융상품에 투자하면 원금보장은 물론 은행금리보다 10배 넘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투자자들을 꼬드겼다.

이들이 사용한 사기 수법은 이른바 ‘폰지 사기’로 알려진 다단계 투자 방식. 신규투자자의 돈으로 앞서 투자한 이들에게 이자 및 배당금을 지급하는 사기로, 1920년대 미국의 사기꾼 찰스 폰지가 쿠폰사업 명목으로 8개월 만에 4만여명으로부터 1,500만달러를 가로챈 사건에서 따 왔다. 가짜 금융상품을 내건 피의자들도 나중에 투자한 피해자의 돈으로 앞선 투자자의 원금과 이자를 메워가는 ‘돌려막기’ 수법을 썼다.

강씨 등 보험설계사들은 투자자를 유치하면 손씨 등으로부터 투자금액의 9~12%를 수당으로 받았다. 보험과는 무관한 상품이었지만 보험설계사 입장에선 보험 고객을 유치했을 때보다 고수익을 얻을 수 있어 공격적으로 투자를 유인했고, 투자사 입장에선 보험설계사들이 여윳돈이 있는 고객정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노렸다. 보험설계사들은 서울 강남의 고급 펜트하우스를 빌려 일대일 상담을 하며 투자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수천명으로부터 투자금을 뜯어낼 수 있었고, 60억원이 넘는 수당을 받은 보험설계사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부분의 보험설계사들은 보험사 영업을 하며 얻은 고객신용정보를 임의로 범죄에 이용했다”며 “영업 활동을 통해 확보한 개인정보를 다른 용도로 활용하지 못하게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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