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5차 핵실험을 계기로 북핵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미국 내부에서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민주ㆍ공화당의 두 대선 주자가 시각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했으며, 주류 언론도 보수와 진보진영 매체가 상반된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9일 내놓은 성명에서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북한의 무모한 행동을 최근의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더불어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유엔과 함께 연초 통과시킨 대북제재를 강화하고 추가 제재를 부과하자’는 요청을 지지하며, 역내 동맹과 방위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은 이어 “동북아에서 핵무기 보유국이 많아지면 그만큼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증가하는데 우리는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의 ‘한ㆍ일 핵무장 용인론’을 겨냥한 것이다.
공화당의 트럼프 진영은 북핵을 클린턴을 공격하는 소재로 활용했다. 트럼프는 이날 워싱턴의 보수단체 ‘밸류 보터스 서밋’연설에서는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것으로 발표됐는데 이번 실험은 클린턴이 국무장관을 맡았던 이래로 4번째”라며 “이는 실패한 국무장관이 초래한 또 다른 큰 실패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제이슨 밀러 선거캠프 대변인도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서 북핵 프로그램을 종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그 프로그램은 (오히려) 힘과 정교함 면에서 발전했다”고 비난했다.
미국 주류 언론의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뉴욕타임스는 북한과의 대화를,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강력한 제재가 해법이라는 입장이다.
뉴욕타임스는 10일자 사설에서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미국은 추가 제재와 대화 사이의 ‘불편한 선택’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 “북한을 후원하는 중국 때문에 추가 제재 효과를 낙관하기 어려우므로 협상을 통한 ‘북한 핵 동결’에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게 핵을 포기하도록 하는 대신, 북핵이 외부로 확산되는 걸 막는 차선의 목표를 선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설에서 통과 의례처럼 돼버린 약한 대북 제재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주장했다. 대북 제재가 먹히지 않는 이유로 중국을 지목한 뒤, 오바마 대통령에게 중국을 직접 겨냥한 제재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올해 초 시행된 ‘대북제재법’에 명시된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대상국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도 제재하는 것) 조항을 적극 활용, 북한과 거래 중인 중국 기업을 제재하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지난 8년과는 다르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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