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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착수의 기준은 성별?’ 음란물 늑장수사에 뿔난 여성들 침묵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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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착수의 기준은 성별?’ 음란물 늑장수사에 뿔난 여성들 침묵시위

입력
2016.09.10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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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여성들이 일반인의 신상을 폭로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인 ‘패치’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침묵행진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기 빨간 모자와 마스크 받으세요”

10일 오후 3시쯤 서울 종로구 KDB 산업은행 앞에는 빨간색 종이모자와 흰색 마스크를 쓴 여성들 50여명이 삼삼오오 모였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반인 남성들의 신상을 폭로한 ‘한남패치’와 ‘강남패치’ 운영자들이 서울 수서경찰서에 검거된 뒤 여성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계정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기 위해 트위터를 통해 모인 ‘경찰공정수사촉구시위대(경공위)’다.

지난 5월 초 개설된 ‘강남패치’는 연예계 및 스포츠계 유명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유흥업소 종사자로 추정되는 일반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이를 따라 6월에 개설된 ‘한남패치’는 바람을 피운 남성을 고발한다는 폭로 계정이다. 경찰은 이 패치가 타인의 사생활을 유포하는 데다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려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해외에 서버를 둔 SNS는 운영회사의 협조가 필요해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나 경찰청은 사회적 피해가 크다고 보고 직접 수사협조를 요청해 운영자들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경찰이 집중 수사한 패치가 주로 남성들에 대한 폭로 계정인데다 검거된 운영자들이 모두 여성이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경찰이 남성의 피해에만 민감하고 여성들을 표적수사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그 동안 해외에 계정을 둔 소라넷 등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도 충분히 잡을 수 있었지만 노력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비난도 일었다. 이에 지난달 31일부터는 강남역 곳곳에 ‘선택적 수사 OUT’ 등의 대자보가 붙고 붉은색 리본이 걸리기도 했다.

경공위 역시 여성을 대상으로 한 패치 계정이나 음란물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고 했다. 이번 시위를 주최한 A씨는 “지난해부터 음란물 사이트나 페이스북에서 보이는 일반 여성에 대한 폭로 글 등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해외 사이트라 수사가 어렵다’ 는 것이었다”며 “한남패치 검거 이후 이제 해외 계정 수사도 가능하다는 말에 여성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메갈패치(메갈리아 패치)’ 및 인터넷 음란물을 다시 신고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똑같았다”고 말했다. 해외계정 수사가 충분히 가능한데도 적극적이지 않는 것은 수사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날 경공위는 1시간 동안 종로구 산업은행에서 인사동을 지나 보신각으로 돌아오는 침묵행진 시위를 벌였다. 시위 도중 ‘일간베스트저장소’ 회원 5명이 등장했으나 충돌은 없었다. 경공위는 다음날인 11일에도 같은 내용의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A씨는 “우리는 사람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거짓말을 일삼은‘한남ㆍ강남패치’ 운영자들을 옹호하는 건 아니다”라며 “인터넷 음란물이나 몰카는 대부분 여성들에 대한 폭력인 만큼 더 적극적으로 수사해달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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