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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슈틸리케… 작년 1월 호주를 떠올려라

입력
2016.09.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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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달라졌다.

‘갓(God)틸리케’라 칭송 받던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이 따가운 눈총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1일), 시리아(6일)와 2018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1ㆍ2차전이 원인이다. 한국은 중국에 3-0으로 앞서다 막판 집중력 난조로 2골을 헌납했다. ‘침대축구’로 중무장한 시리아와는 졸전 끝에 득점 없이 비겼다.

2014년 9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한 지 반 년도 안 돼 큰 위기에 빠진 적이 있다.

작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이었다. 한국은 조별리그 1ㆍ2차전에서 오만과 쿠웨이트를 모두 1-0으로 누르고 3차전 결과에 관계없이 8강을 확정했다. 하지만 경기 내용은 실망스러웠다. 슈틸리케 감독조차 “우리는 오늘(쿠웨이트전) 경기로 우승후보에서 제외될 것이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매 경기 베스트11이 들쭉날쭉 하는 등 악재가 겹쳤지만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은 팀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질 듯 질 듯 지지 않는 ‘늪 축구’라는 신조어도 이 때 나왔다. ‘늪 축구’는 나중에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끈끈한 축구로 아름답게 포장됐지만 사실 답답하고 재미없는 ‘진흙탕축구’라는 부정적 의미가 더 강했다.

당시 현장에서 본 대표팀 분위기는 심상찮았다. 선수들 사이에서 ‘미팅이 효율 없이 길다’ ‘감독이 뻔한 이야기만 늘어놓는다’는 불만이 쏟아졌다. 슈틸리케 감독이 2014년 브라질월드컵 때 한국 선수들의 잘못된 플레이를 편집한 동영상을 보여주려고 했다가 반발을 샀다는 말도 들렸다. 감독이 얼마든지 ‘오답노트’를 공유할 수 있지만 한창 대회가 진행 중이라 단기처방이 필요한 시기에 고리타분한 장기처방만 내리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큰 대회 도중 이런 이야기가 흘러나온다는 건 감독의 지휘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였다. 여러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하면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 한국 축구를 무조건 한 수 아래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이 때문에 감독과 선수ㆍ코치ㆍ스태프들 사이에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시리아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2차전을 마치고 8일 귀국해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슈틸리케 감독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시리아와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원정 2차전을 마치고 8일 귀국해 굳은 표정으로 인터뷰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위태위태하던 슈틸리케 감독은 허심탄회한 대화로 반전의 물꼬를 텄다. 차두리(36)와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이 슈틸리케 감독과 따로 면담하며 속 깊은 대화를 나눴다. 코치 중 가장 선임인 신태용(46) 코치도 슈틸리케 감독과 독대했다. 대표팀은 개최국 호주와 3차전부터 달라졌다. 1ㆍ2차전에서 4-1, 4-0 대승을 거두며 상승세를 타던 호주를 1-0으로 잡았다. 앞선 두 경기와 스코어는 같았지만 경기력은 180도 달랐다. 이후 8강과 4강에서 우즈베키스탄, 이라크를 2-0으로 연파하며 1988년 이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 올랐다. 결승에서 호주를 다시 만나 1-2로 패했지만 0-1로 뒤지다가 종료직전 손흥민(24ㆍ토트넘)의 극적인 동점골이 터지는 등 전체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가 따랐다.

이후 1년 반 동안 슈틸리케호는 큰 위기 없이 순항했다.

하지만 최종예선은 지금까지 무대와 차원이 다르다. 우선 만만한 팀이 없다. 또한 대부분 팀들은 한국을 상대로 승점3(승리)이 아닌 승점1(무승부)을 따기 위해 수비 위주로 나온다. 밀집 수비를 깨려면 결정적인 순간 수비수를 따돌릴 수 있는 개인기가 필수다. 하지만 한국은 스페인이나 독일, 브라질 같은 일류 팀이 아니다. 냉정히 말하면 앞으로 이어질 최종예선 내내 시리아전 같은 답답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매 경기가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단두대 매치나 다름없다는 의미다. 그가 이 파고를 어떻게 헤쳐나갈까. 호주 아시안컵 때처럼 돌파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까. 진짜 검증대에 선 슈틸리케 감독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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