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신청한 ‘압류금지명령’(스테이 오더)을 미국 법원이 승인했다. 주력 노선인 미국 항만에서 선박이나 화물 압류 우려가 사라져 한진해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로 인한 물류대란 해소에는 청신호다.
미국 뉴저지주 연방파산법원은 9일 오전 10시(현지시간) 공청회를 열어 한진해운 측 변호인과 현지 채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스테이 오더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지난 2일 한진해운이 스테이 오더를 신청한 지 불과 1주일 만에 이뤄진 법원 판단이다.
통상 2, 3주 걸리는 스테이 오더 결정이 신속히 나온 것은 미국도 연말 최대 쇼핑철을 앞두고 벌어진 한진해운발(發) 물류대란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상무부 관계자들이 지난 9일 급히 방한해 윤학배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조속한 해결을 촉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현재 압류 우려 때문에 미국 항만 주위에 머물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4척으로 알려졌다. 법원 결정으로 일단 미국 내 항만에서는 선박 등 자산 압류 대한 부담이 없어졌지만 입항과 하역 작업은 여전히 별개의 문제다. 스테이 오더는 하역을 위한 최소 요건이라, 연체 대금을 받지 못한 현지 업체들이 작업을 거부하면 화물 하역은 불가능하다. 정작 시급한 하역 작업을 위해서는 당장 현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미 법원 결정이 스테이 오더를 신청한 다른 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점에서는 희망적이지만 그래도 결국은 자금 확보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물류대란 해소를 위해 한진그룹이 자체 조달하기로 한 1,000억원 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개인적으로 내놓는 400억원은 늦어도 오는 13일까지 한진해운에 투입된다. 조 회장은 금융기관에 ㈜한진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 절차를 밟고 있다. 대한항공이 대여금 형식으로 한진해운에 지원하는 600억원은 배임을 우려한 사회이사들의 반대로 집행이 늦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10일 오전 세번째 임시 이사회를 열어 이 문제를 재논의한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기준 정상 운항을 못하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압류 4척을 비롯해 총 92척이다. 하루 사이에 3척이 더 늘었고 선박 종류별로는 컨테이너선이 78척, 벌크선이 14척이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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