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적 책임 절감” 인정 불구
“사회 기여방안 고민 중” 답변만
의원들 “이행안 내놓아라” 질타
대우조선 前 감사실장
“청와대ㆍ정치권 외압으로
내부통제 붕괴되면 부실 초래”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 마지막 날인 9일 여야 국회의원들의 질타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에게 집중됐다. 최 전 대표는 “도의적 책임을 절감한다”면서도 사재 출연 등 구체적인 책임 이행 방안을 내놓으라는 요구에는 즉답을 피했다.
최 전 회장은 이날 청문회 시작 10분 전인 오전 9시50분쯤 검은 라운드 티셔츠에 회색 카디건을 걸친 수수한 옷차림으로 서울 여의도 국회 청문회장에 도착했다. 청문회 시작과 동시에 여야 의원들은 최 전 회장에 대해 ▦한진해운 회장으로 있던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부채비율이 150%대에서 1,400%까지 치솟는 와중에 보수와 배당금 등 총 254억원을 받은 점 ▦2014년 경영 악화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경영권을 넘기면서 퇴직금 52억원을 챙긴 점 ▦지난 4월 한진해운의 채권단 자율협약 돌입 직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 주식 97만주를 매각해 10억원 상당의 손실을 피한 점 등을 지적하며 한진해운에 대한 사재 출연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최 전 회장을)가라앉는 세월호를 버린 선장에 비유하는 지적도 있다. 사재를 출연할 용의가 있냐”고 추궁하자, 최 전 회장은 “전 경영자로서 도의적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으며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을 이행할 구체적 방안을 밝혀 달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졌지만 최 전회장은 “법정관리라는 결과가 나올 지 몰라서 저도 많이 당황했다“며 “고민 중이니 시간을 달라”고만 했다. 최 전 회장은 발언 중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국민과 노동자는 피눈물을 흘린다”(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준비해온 답변만 읽는 것 같다”(김광림 새누리당 의원)는 비판만 돌아왔다.
이날 청문회에는 2008년 9월 퇴직한 신대식 전 대우조선 감사실장이 출석해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은 청와대와 정치권의 외압으로 인한 내부통제시스템 붕괴 탓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은 2008년 9월 감사실을 폐지하고 신 전 실장을 대기발령하며 다음 달 사규 위반을 이유로 해고를 통보한 바 있다. 신 전 실장은 “청와대가 낙하산을 내려 보내기 위해 감사실을 없애고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꾸리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외압의 통로로 지목된 민유성 당시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청와대 인사 청탁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부정했다. 민 전 회장은 “남상태 당시 대우조선 사장 연임 결정 이후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와 중국으로 골프 여행을 다녀왔냐”는 질문에는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과 함께 2박3일로 (골프 여행을)다녀왔다”고 답했다.
후임인 강만수 전 산은 회장은 “남상태 전 사장의 3연임을 막기 위해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을 독대했느냐“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그렇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대우조선을 압박해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올시스템즈에 10억원을 투자하도록 했다는 검찰 수사 내용에 대해서는 “당시 바이올시스템즈가 하던 해조류 에탄올 사업은 정부 국정과제였다”며 “이미 대우조선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던 중이라 검토해보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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