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는 1~3년마다 한 번씩 진행되는 대형 프로젝트들이 있다. ‘고속도로 가요제’와 ‘무한상사’가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무한상사’는 예능판 ‘미생’으로 불리며 인기가 높다. 유재석을 비롯해 박명수와 정준하, 하하 등 ‘무한도전’ 멤버들이 회사원으로 역할 분담을 해 직장인들의 일상과 고충을 보여줘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 덕분이다. ‘무한도전’ 제작진은 2011년 야유회 콩트 콘셉트로 ‘무한상사’를 시작해 2012년엔 드라마처럼, 2013년에는 뮤지컬 형식으로 꾸려 변주를 줘 왔다.
‘무한상사’가 3년 만에 돌아와 화제다. 지난 3일 첫 방송은 19.3%(TNmS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올해 방송된 ‘무한도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무한상사’는 tvN 드라마 ‘시그널’을 쓴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이 제작을 맡아 방송 전부터 시청자의 기대를 모았다. 장르적 서사에 강한 김 작가가 대본을 맡아 스릴러적 특성이 도드라진다. 1회 초반부터 연이어 살인 사건이 벌어지며 긴장감을 줬고, 영화 같은 화려한 영상미로 시청자의 눈을 사로 잡았다. 시청자 게시판엔 ‘한 편의 영화였다’(kk****)는 반응부터 ‘소장가치가 있다’(ru****)는 글까지 올라왔다. ‘무한상사’는 2회로 제작돼 10일 한 번 더 전파를 탄다.
‘무한상사’를 제작한 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가 들려준 제작과정 뒷얘기를 보면 높은 시청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한도전’ 터줏대감 김태호 PD는 애초부터 ‘액션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며 영화제작사에 제작을 맡겼다. 제작 기간은 꼬박 두 달 반, 영화 촬영 스태프가 60명 넘게 투입됐다. 제작에 든 비용은 약 4억원. 인기 예능프로그램의 한 회 평균 제작비 5,000만원의 8배에 달한다.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투입하고, 영화 촬영에 능숙한 제작진을 섭외해 예능 프로그램의 차별화를 시도한 김 PD의 모험이 통한 셈이다.
시청자들의 관심을 끈 가장 큰 ‘미끼’는 화려한 출연진이다. ‘무한상사’에는 ‘시그널’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김혜수와 이제훈을 비롯해 드라마 ‘미생’에 출연했던 김희원, 손종학 등 예능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연기파 배우들이 여럿 출연했다. 영화 ‘곡성’에 외지인으로 나왔던 일본 유명 배우 구니무라 준도 나온다. 장 감독은 출연을 고사하는 구니무라 준을 설득하기 위해 손편지를 썼고, 장 대표와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직접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섭외에 공을 들였다. 그룹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도 권 전무로 나와 긴장감을 준다. 영화 ‘베테랑’ 속 재벌 2세인 조태오(유아인) 캐릭터가 비치는 게 흥미롭다. 장 대표는 “2회에선 지드래곤의 반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무한상사’의 부제목은 ‘위기의 회사원’. 각기 다른 사고로 숨진 2명의 회사원은 사망 전 오르골을 건네 받았던 것으로 드러난다. 장 대표에 따르면 오르골은 사건을 풀어가는 단서이자 “무한 반복되는 직장인의 삶을 빗댄” 상징적 소품이다. “누군가의 힘에 의해, 주어진 대로만 도는 게 오르골이잖아요. 이 쓸쓸한 모습이 직장인들의 삶과 비슷하다고 생각해 사용했어요.” 스릴러 장르의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데도 제격이었다.
‘대작’답게 고충도 적지 않았다. 극본을 쓴 김 작가가 스스로 “재미가 없다”며 애써 쓴 원고를 갈아엎고 새로 썼고, 감독과 제작자도 심적 부담에 컸다고 한다. 장 대표는 “즐겁고 특별한 경험이었지만, 이런 기획은 두 번 하긴 힘들 것 같다”며 웃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