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호 전 사장 연임 로비 대가
합격 가능한 지원분야로 수정

대우조선해양이 2014년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에서 송희영(62) 전 조선일보 주필의 처조카를 입사지원서를 조작하면서까지 채용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검찰은 송 전 주필이 고재호(61ㆍ구속기소) 당시 대우조선 사장의 연임 로비를 벌이는 대가로 이러한 ‘특혜 채용’이 일어난 정황을 포착,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송 전 주필을 소환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검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최근 대우조선 인사팀의 전ㆍ현 임직원들을 불러 송 전 주필의 처조카인 I씨가 이 회사에 입사하게 된 과정 전반을 조사했다. 2014년 9월 신입사원 공채에 지원한 I씨는 기준 학점에 미달했는데도 서류 전형을 통과했다. 또, 애초 지원했던 분야는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경영관리 분야였으나, 같은 해 11월 최종 합격 때에는 이보다 경쟁이 덜한 다른 파트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우조선 내부 자료 분석 과정에서 “경영관리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던 I씨의 자기소개서와는 달리 입사지원서에는 다른 분야에 지원한 것으로 기재된 사실을 확인, 입사지원서가 접수된 후에 합격 가능한 다른 분야로 수정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당시 대우조선 인사팀 임원은 검찰 조사에서 “우리 회사에 많은 도움을 줄 인사의 부탁이니 I씨를 잘 챙기라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 경영관리 파트로 뽑기는 쉽지 않아 지원분야를 변경시켰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시 대우조선의 대졸 초임 연봉은 5,000만원대로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다.
검찰은 I씨의 채용 시점이 고재호 전 사장의 연임 결정을 앞두고 있던 때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초 송 전 주필이 청와대 고위 인사에게 고재호 사장의 연임을 부탁해 왔으나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송 전 주필 처조카 채용과 고 전 사장의 연임 청탁 사이에 대가관계가 성립한다면 그를 알선수재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임기가 지난해 3월까지였던 고 전 사장은 결국 연임에 실패했고, 2개월 간 사장 대행을 지내다 자리에서 물러났다.
대우조선은 이에 앞서 2009년 2월 송 전 주필의 다른 조카 K씨를 정규직 신입사원으로 단독 특별채용하기도 했다. K씨 채용 한 달 후 남상태(66ㆍ구속기소) 전 사장은 연임에 성공, 이 역시 남 전 사장의 연임 로비 대가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송 전 주필 조카 2명의 대우조선 입사와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인 단계”라며 “송 전 주필의 소환 여부는 그 다음에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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