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성수기에 독립영화가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걸 본 적 있나요.”
배우 조재현(51)에게 이번 추석 연휴는 먼 나라 얘기다. 오는 22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8회 DMZ국제다큐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을 맡은 것도 모자라 배우인생 처음으로 ‘나홀로 휴가’(22일 개봉)로 감독으로 데뷔해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인다. 내달 13일부터 한 달간 연극 ‘블랙버드’ 무대에도 오른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9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바쁜 일정 탓인지 등산화에 배낭 하나를 걸쳐 매고 나타난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일을 너무 벌이는 것 아니냐”고 묻자 “영화제나 연극은 이미 정해져 있던 일정이었는데, 영화가 개봉 시기가 겹치면서 갑자기 바빠졌다”며 멋쩍게 웃었다.
그럴 만도 했다. 1년여를 준비해야 하는 영화제의 특성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데다 갑자기 개봉하게 된 감독 데뷔작 때문에 홍보를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단다. 최근에는 SBS 추석 특집 예능 프로그램 ‘드라마게임 씬스틸러’의 진행자로 신동엽과 함께 호흡도 맞췄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판이다.
그래도 막중한 자리를 맡은 영화제에 마음이 더 쓰이는 모양.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 우려 섞인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데 DMZ영화제만큼은 자유롭고 건강한 영화제로 만들어 유지해나가겠다”는 그는 “만약 조금이라도 영화제에 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위원장을 그만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2009년 제1회 DMZ다큐영화제의 초대 위원장으로 위촉된 이후 2011년 제3회, 2013년부터는 쭉 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나홀로 휴가’로 영화를 연출하면서 독립영화계의 현실을 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고백하자면, ‘나홀로 휴가’는 개봉일만 잡았을 뿐 아직 상영관은 0개”라고 했다. 추석 성수기인 극장가에서 블록버스터급 대작이 아니면 상영관을 열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홀로 휴가’는 SBS ‘육룡이 나르샤’의 길태미를 연기한 배우 박혁권이 출연하긴 하지만 청소년관람불가인 데다, 수십억을 쏟아부은 대작도 아니다. 그래서 조재현은 자신의 영화를 ‘독립영화’라고 말했다.
“유준상이 출연했던 영화 ‘성난 화가’의 전규환 감독은 영화를 배급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 겨우 7개 상영관을 잡았어요. 그것도 오전 8시나 심야 시간을 받아서요. 그걸 보면서 제 영화에는 홍보마케팅이나 배급 등에 비용을 쓰지 않았습니다. 영화관 예고편과 포스터에도 돈을 들이지 않았죠. 어차피 상영관 잡지 못할 테니까요.”
결국 그는 자신이 직접 영화 홍보에 나서고 있다. 며칠 전에는 MBC 예능 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나홀로 휴가’의 배우들과 함께 출연해 영화를 알렸다. 추석 성수기가 지나고 나면 “나에게도 떨어진 상영관이 있겠지”하며 기다리고 있단다. 그러면서 DMZ다큐영화제 위원장으로서 솔직한 속내도 내비쳤다. 영화제 자체가 “외형적으로 커지는 것을 반대”한다고. 경기도 등에서 20억원을 지원받고 있는데 그 중 4억원을 신진 감독들의 다큐영화 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개막작 ‘그 날’도 영화제의 제작지원 작품이다.
“1년에 1,000편 정도가 개봉하는데 그 중 한국영화는 200편입니다. 200편 중 40~50편의 상업영화만 영화관에 걸린다고 보면 나머지 150여편은 개봉조차 못 하는 게 현실입니다. DMZ다큐영화제를 통해서라도 많은 다큐 영화들이 소개되길 바랍니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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