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1인자는 없었다. 서리나 윌리엄스(35ㆍ미국)가 186주간 지배해온 왕좌에서 내려오게 됐다. 최장 기간 연속 세계 랭킹 1위 유지 기록도 슈테피 그라프(독일)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윌리엄스는 9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총상금 4,630만 달러ㆍ약 517억원) 여자단식 4강전에서 카롤리나 플리스코바(24ㆍ11위ㆍ체코)에게 0-2(2-6 6-7)로 패했다. 결승 진출에 실패한 윌리엄스는 이로써 2013년 2월부터 지켜온 세계 랭킹 1위 자리를 12일부터는 안젤리크 케르버(28ㆍ독일)에게 내주게 됐다. 윌리엄스는 이번 대회 4강에서 탈락하면서 12일 발표되는 새로운 세계 랭킹에서는 랭킹 포인트 7,050점을 기록한다. 이날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6ㆍ74위·덴마크)를 2-0(6-4 6-3)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오른 케르버는 랭킹 포인트 8,030점을 확보, 새로운 세계 1위의 주인공이 됐다.
윌리엄스는 그라프가 보유한 최장 기간 연속 세계 랭킹 1위 유지 타이기록에 머물게 됐다. 이 부문 기록은 그라프가 1987년 8월부터 1991년 3월까지 기록한 186주와 윌리엄스가 2013년 2월부터 이번 대회까지 이어온 186주다.
윌리엄스는 또 이날 패하면서 메이저 대회 여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 달성도 다음으로 미뤘다. 이 부문 최다 기록은 그라프와 윌리엄스가 공유하고 있는 22회다. 윌리엄스가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 여자 단식에서 23회 우승하는 선수가 될 수 있었다.
첫 세트부터 플리스코바의 움직임은 가벼웠다. 플리스코바는 허를 찌르는 백핸드 스트로크를 앞세워 윌리엄스의 범실을 유도하며 26분만에 첫 세트를 챙겼다.
윌리엄스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두 번째 세트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각 깊은 포핸드 스트로크로 플리스코바의 범실을 유도하며 4-3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창과 방패의 공방전을 펼치며 타이브레이크로 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6-5 상황에서 더블폴트를 범해 끝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윌리엄스를 꺾는 이변을 일으킨 플리스코바는 올해 24세로 186㎝의 큰 키에 위력적인 서브가 강점인 선수다. 이번 대회에서 서브 에이스를 37개 성공하며 윌리엄스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지금까지 투어 대회 단식에서 6차례 우승했으며 메이저 대회 단식에서는 3회전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으나 이번 대회에서 결승까지 오르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윌리엄스를 밀어내고 새로운 세계 1위에 오르게 되는 케르버는 올해 호주오픈 우승과 윔블던 준우승하는 등 4차례 메이저 대회 가운데 세 번이나 결승에 올라 새로운 여자 테니스 강호로 자리매김했다. 결승에서 맞붙게 된 케르버와 플리스코바는 지금까지 7차례 만나 4승3패로 케르버가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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