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관 10분 후 통보와 대비돼
기상청 “안보에 미치는 영향 막대
관계부처와 최종 합의 시간 걸려”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판명 난 인공지진 발생 통보 시점이 외신보다 50분 늦어 기상청의 관측 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기상청의 관측은 정확했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라 신중하게 대응매뉴얼을 따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9일 오전 9시31분 강원 고성군에 있는 간성관측소는 함경북도 길주 인근 지역 지하 700m 지점에서 발생한 규모 5.04 지진을 최초 감지했다. 이어 속초, 서화, 화천, 양양, 인제 등 관측소도 지진파를 관측했다. 지진 발생은 오전 9시30분01초로 판명됐다.
기상청은 지진 감지 직후 지진파 정밀분석을 실시, 9시40분쯤 대규모 폭발에 의한 인공지진으로 결론을 내리고 관계부처에 즉시 결과를 통보했다. 김남욱 기상청 지진화산관리관은 “과거 북 핵실험 때 자료를 비교한 결과 유사한 패턴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날 인공지진 진앙은 올해 1월 6일 4차 핵실험이 이뤄진 곳에서 동쪽으로 불과 400m 떨어진 곳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기상청의 지진 통보는 해외 기상연구기관보다 늦게 이뤄졌다.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북한 인공지진 발생을 언론사 등에 통보한 시점은 지진 발생 한 시간 뒤인 오전 10시30분이었다. 앞서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 등 해외기관은 외신을 통해 한국시각으로 오전 9시40분쯤 “북한 풍계리에서 규모 5.0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관계자는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오보 가능성을 살피고, 인공지진 대응매뉴얼에 따라 관계부처와 최종 합의하는 과정도 필요해 발표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통상 지진파를 분석해 인공지진으로 판정하기까지는 15~20분이 소요되는데, 이날의 경우 10분여 만에 확인작업이 끝났다. 특수한 안보 상황과 관련 매뉴얼이 없었다면 외신과 비슷한 시간에 통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류제승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긴급 현안보고에서 “기상청의 지진파 감시 체계가 가장 잘 구축돼 있고 실시간으로 통보가 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전까지 인명, 재산피해가 보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방사능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남한지역으로 넘어오는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해 기류 분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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