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만 골라 수십 차례 금품을 훔친 절도범이 범행 현장에 교통카드를 떨어뜨렸다가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올해 4~8월 관악구 일대 주택가를 돌며 24회에 걸쳐 방범창을 부수고 집안에 침입해 2,20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혐의(상습절도 등)로 이모(32)씨를 구속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절도전과 7범인 이씨는 낮에는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 보며 절도 대상을 물색한 뒤 늦은 밤 전등이 꺼진 빈집의 방범창을 잡아 당겨 침입했다. 알루미늄 소재로 만들어진 방범창은 강도가 약해 맨손으로도 잘 휘어지는 점을 노린 것이다. 그는 어두컴컴한 때 다녀 폐쇄회로(CC)TV에 잘 식별이 되지 않았고, 도주 중 옷을 갈아 입어 수사에 혼선을 주기도 했다.
이씨의 치밀한 절도 행각은 사소한 실수로 막을 내렸다. 지난달 18일 관악구 신림동의 한 주택을 털고 달아나는 과정에서 담장과 화장실 창문 사이 바닥에 교통카드를 떨어뜨린 것이다. 경찰은 카드 표면에서 채취한 유전자정보(DNA)를 토대로 수사를 진행해 범인이 이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사결과 이씨는 동종 전과로 2년6개월을 복역한 뒤 지난해 10월 출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타일공으로 일하며 사회에 적응하는 듯했던 그는 지난 4월 발등을 다쳐 생계가 막막해지자 다시 도둑질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거주하는 고시원에서 노트북, 시계 등 절도 물품 39점을 압수했다”며 “피의자는 훔친 물건을 한꺼번에 처분하려 했지만 그 전에 검거돼 현금화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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