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국인 대학 졸업생이 해외 취직 지원서를 내면서 ‘Print your name’ 항목을 보고 난감했다고 한다. 그 좁은 공간에 어떻게 print를 할까 고민이 된 것이다. 이런 경우 원어민은 대문자로 적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손으로 또박 글씨로 쓴 사람도 있고 대소문자 가리지 않고 정자로 쓴 사람도 있다.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흘려 쓰는 손글씨나 필기체를 피하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디지털 시대에는 스마트폰의 자판을 두들기지만 과거에는 cursive(필기체)를 무척이나 강조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수 십 번씩 글씨 쓰기를 숙제로 내주는 것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나중에 사회에 나가서 손 글씨로 써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What Does Your Handwriting Say About You?’(당신의 필기체는 어떤가요)와 같은 필기체 감정 업종도 있고 ‘How to improve your handwriting’, ‘How to improve your cursive penmanship’ 같은 홍보도 나온다.
손글씨를 잘 써서 master penman으로 불리는 Jake Weidmann같은 사람의 필기체는 매우 아름답고 깔끔하다. 16세기의 Shakespeare는 당시에 유행하던 소위 secretary hand라고 불릴 만큼 필체가 훌륭했다고 한다. 요즘에는 ‘I have such bad handwriting’이나 ‘I need to improve my handwriting’이라며 필체 개선 노력을 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렇지만 어쩌다 남의 필체를 보고 감탄할 때는 ‘You have good penmanship.’(당신의 글씨체가 예쁘다), ‘He has good penmanship’, ‘He has a bad handwriting’ 같은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글씨가 너무 작으면 답답하고 내성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에 흔히 ‘Don’t write too small, and don’t write gargantuan either.’라고 한다. 동양의 붓글씨나 calligraphy(서예)는 서양인이 보기에는 신비스러운 예술의 경지라고 말한다.
한편 입사원서나 출입국 신고서 등의 공식 문서에서는 Print라는 말이 자주 쓰이는데 ‘인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활자체로 쓰라’는 뜻이다. Write in CAPS(대문자로 쓰든), 일반 대소문자로 쓰든 알아보기 쉽게 또박또박 쓰는 것이 핵심이다. 굳이 다른 영어로 풀이를 한다면 ‘Write your name in distinct and clear legible letters’이다. cursive writing(손글씨나 필기체)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에 나온 궁여지책이다. 좀더 정확히는 ‘Print your name’은 글자 그대로 컴퓨터를 동원하여 재주껏 그 공간에 프린터로 기입하거나, 손으로 대문자로 분명하게 쓰라는 의미도 된다. print가 대문자인 이유는 소문자보다는 대문자로 쓰면 그나마 잘못 알아볼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아울러 ‘Sign your name’이라는 항목에는 그 공간에 검정이나 파란 색으로 사인을 하면 된다.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 일부 기관에서는 아주 친절하게 ‘Print your legal name and date of birth. Please don’t type this information’이라고 안내한다. 즉 손으로 고딕체처럼 block letters(정자체)로 쓰되 타이핑이나 컴퓨터를 동원하여 기입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고 cursive(필기체)를 피하라는 것이다. 따라서 ‘Write in cursive’(필기체로 기입하세요)라는 제시가 없다면 모두 정자로 쓰면 되고 특히 print라는 지시에서는 대문자로 써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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