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위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젊은 시절 여성과 사랑에 빠져 수도자의 길을 포기할 것을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고백했다.
7일(현지시간) AFP 등에 따르면 베네딕토 16세의 회고록 ‘마지막 대화’를 집필한 독일 작가 페터 제발트가 독일 주간 디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회고록은 인터뷰 형식의 3권 분량으로 9일 출간됐다.
제발트는 “요제프 라칭거(베네딕토 16세의 본명)는 학창시절 아주 심각하게 사랑에 빠졌었다”며 “당시 사랑과 독신 사이에서 고뇌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록 일부를 공개했다. 그는 또 “라칭거는 아주 똑똑하고, 잘생긴 젊은 남자였으며, 시를 쓰고, 헤르만 헤세를 읽는 탐미주의자였다”며 “동료 학생들은 그가 여성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또 반대로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수도자로 독신생활을 선택하는 것이 그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번에 출간된 책에는 교황이 사랑 때문에 고민했다는 이야기는 실리지 않는다. 제발트는 베네딕토 16세의 퇴위 후의 삶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베네딕토 16세는 2013년 퇴위 후 교황청 내부에 있는 작은 수도원에서 은둔하듯 살고 있지만, 프란치스코 현 교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베네딕토 16세가 기도와 기도 속에서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세상 돌아가는 뉴스에 대해서도 매우 관심을 보였다”고 밝혔다.
제발트는 또 베네딕토 16세가 1940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신부와 공산주의자 간의 이야기를 다룬 흑백 코미디 영화 ‘돈 카밀로와 페포네’를 즐겨보고 있다고 근황을 전한 후 “그가 삶을 피곤해하기보다 모든 것을 내려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내년 90세 생일을 맞는 전(前) 교황에게 이를 기념하는 행사를 열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1927년 독일 바이에른주에서 태어난 베네딕토 16세는 1951년 사제 서품을 받고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의 뒤를 이어 265대 교황으로 취임했다. 2013년 2월 더는 교황 역할을 수행할 몸과 마음의 힘이 남아있지 않다며 스스로 퇴위를 선언했다.
베네딕토 16세는 회고록에서 자신이 퇴위 압력을 받고 직에서 물러났다는 세간의 의혹을 부인했다. 베네딕토 16세는 “만약 누군가가 퇴위를 압박했다면 나는 물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네딕토 16세는 책에서 또 자신이 결정을 내리는 데 능하지 못하다고 겸손해 하면서도, 자신의 교황 재위가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원기자 gard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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