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1호 귀화 외국인’ 박연과의 인연
고향 알크마르시 브룬오흐 시장이 행사참여
하루 세 번 시연되는 덕수궁 수문장 교대식은 외국인에게 인기가 높은 서울 관광 필수 코스다. 지난 8일에는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펼쳐진 이 수문장 교대식을 유난히 흥미로운 시선으로 관람하는 이들이 많았다. 백발의 턱수염이 눈에 띄는 외국인이 시연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북서쪽에 위치한 인구 10만 소도시 알크마르시의 피에트 브룬오흐(61) 시장이었다.
브룬오흐 시장이 한국을 방문해 이처럼 전통행사에까지 참여한 것은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바로 1627년 제주도에 표류한 것을 계기로 조선에 정착한 1호 귀화 외국인 박연(본명 얀 얀스 벨테브레이)의 고향이 네덜란드 알크마르시다.
네덜란드 무역선 장교 출신인 박연은 화포와 조총 제작에 능해 병자호란에도 참전하고 무과에 급제해 훈련도감에서 근무했다는 기록이 실록 등에 남아 있다. 조선 여인과 결혼해 1남 1녀를 둔 그가 또 다른 네덜란드 출신으로 ‘하멜 표류기’로 유명한 하멜 일행을 만나자 눈물을 흘리며 고향을 그리워했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조선인으로 산 최초의 서양인이라는 흥미로운 삶의 궤적 덕분에 박연은 소설이나 뮤지컬 등 대중문화에서도 여러 차례 조명됐다. 2009년 드라마 ‘탐나는 도다’에서는 로버트 할리가 박연을 연기하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는 네덜란드 작가 엘리 발투스가 만든 1.38m 크기의 박연 동상도 있다. 그가 태풍을 만나 표류하던 중 조선에 온 점을 반영해 항해자의 모습으로 표현했다. 동상은 네덜란드 알크마르시가 1991년 기증했다. 같은 동상은 알크마르시에도 있는데 알크마르시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두 나라 간 교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동상을 세웠다.
브룬오흐 시장은 조선시대 무관으로 활동한 박연의 삶을 기억하며 덕수궁에서 왕궁 수문장을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브룬오흐 시장은 “지난해 박연의 고향 도시인 드레이프시와 알크마르시가 하나로 통합되면서 한국에 관심을 두게 됐다”며 “앞으로 박연이라는 역사적 인물을 통해 서울시와 협력해 양국 간 우호와 협력을 다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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