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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71세, 어머니는 육아 중

입력
2016.09.09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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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현석이가 나보고 뭐라 부르는 줄 아나? 화딱지 할머니, 화딱지 할머니, 그래. 내가 맨날 “니들 땜에 내가 아주 화딱지가 나서 죽겠다!” 그러니까 날 보고 화딱지 할머니라 그러지. 현서는 화딱지가 잘 안돼서 “호딱지 할머니, 호딱중지 할머니” 그래. 얼마나 이쁜지 아나? 꺄르르르 꺄르르르 웃으면서 호딱지 할머니 호딱지 할머니 해. 야들은 고기가 없으면 밥을 안 먹어. “할머니, 고기 없어? 고기 안 줘?” 아, 맨날 그래. 가자미를 제일 잘 먹어. 아침마다 가자미 큰 거 한 마리를 둘이 홀뜨락 다 먹어. 야, 내가 그래서 한 달에 가자미 삼십 마리를 굽는다. 니, 가자미 삼십 마리가 얼마나 많은지 알기나 하나? 고기가 없으면 먹지를 않아요. 내가 참말로 기가 차서.

내가 야들 멕이려고 새벽시장 가서 가자미를 한 상자씩 사와서는 일일이 씻고 다듬고 녹찻물에 담갔다가… 녹찻물에 담가놔야 비린내가 안 나. 그래 갖고 옥상에다 널어놔. 꼬득꼬득하게 말라야 야들이 좋아해. 덜 말린 건 싫대. 지들도 입맛이라는 게 다 있어. 차를 타면 노래를 틀어달라 하는데, 지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19번이야. 근데 19를 읽을 줄 몰라. 그래서 뭐라는 줄 아나? “할머니, 왼쪽에 1, 오른쪽에 9 틀어줘.” 아이구야, 그게 여섯 살인데 아직 지 이름도 쓸 줄 몰라요. 야가 뭔 소리를 하나? 요즘 애들은 여섯 살이면 글을 줄줄줄줄 읽어요. 모르면 가만히나 있지, 뭔 말이 이래 많나. 이 드런 년은 지 새끼 아니라고 뭐든 몰라도 된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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