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心 논란 의식해 따로 안 만나
박근혜 대통령이 여권 차기 유력 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7일 라오스에서 조우했다. 비엔티안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갈라 만찬에서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직사각형 모양의 테이블에 나란히 앉긴 했지만, 자리가 떨어져 있어서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 사이엔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과 반 총장의 부인 유순택 여사가 앉았다. 라오스 전통 의상 차림의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만찬이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동안 가벼운 덕담과 눈 인사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만찬 참석자 모두가 와인 잔을 들어 건배할 때 반 총장이 고개를 돌려 박 대통령을 바라보거나, 박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정상들과 인사할 때 반 총장이 가까운 곳에 서 있는 모습 등이 포착되기도 했다. 8일 EAS 전체회의에선 반 총장이 참석자들 중 가장 먼저 연설을 하고 회의장을 떠나, 의미 있는 조우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권의 대선 레이스가 서서히 달아 오르는 시점이라 여의도의 눈길이 라오스에 쏠렸지만,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정상회의장 밖에서 따로 만나지는 않았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4,5일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때도,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이 나란히 참석한 사실을 부각시키지 않았다. ‘박심(朴心ㆍ박 대통령의 의중)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의 만남은 올 3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 때 이후 5개월 만이다. 당시 반 총장의 요청으로 두 사람이 비공개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딧불이’는 11월 창립대회를 갖고 반 총장 알리기에 나설 예정이다. 비엔티안(라오스)=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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