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기부 평가 대입전형 확대에
학교차원 우수생 3년간 특별관리
명문대 보내고 명문고 명성 얻어
아이들은 알력 다툼, 경쟁 시달려
“수능 줄 세우기 회귀는 정답 아냐”
“엄벌하고 NEIS 보완해 재발 막아야”
광주 S여고의 생활기록부 조작 사건(본보 8일자 10면)은 고등학교에 만연한 우수학생 밀어주기에서 비롯됐다는 학교 안팎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을 뿐 불공정한 생활기록부 작성 사례가 훨씬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자칫 대입 다양성 차원에서 도입한 해당 제도의 취지마저 훼손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8일 학부모들과 교육계 등에 따르면 중학교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진학하도록 한 후 3년 동안 생활기록부 등을 ‘특별관리’해 명문대에 입학하도록 돕는 고등학교가 적지 않다. 학생과 부모는 명문대 진학을 보장받고, 학교는 명문대 합격생 수 증가로 명성을 얻게 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특히 S여고처럼 지방에 있거나 이름을 알리려는 신생 고교에서 이 같은 일이 많이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수능 성적만으로 대학 합격 여부가 판가름 났던 과거와 달리, 고교 교사가 학생들의 동아리 봉사 독서 활동 등을 평가해 작성하는 생활기록부가 당락을 결정하는 학교생활기록부종합전형(학종)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대입에서 고교의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 유혹도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2 아들을 서울 강남의 한 자율형사립고에 보내고 있는 부모 강모(46)씨는 “학종에서는 교사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슈퍼 갑’이기 때문에 고교 1, 2학년 때부터 서울대에 갈 만한 애들만 몰아서 챙겨준다”며 “법 테두리 내에서 이뤄지는 생활기록부 조작도 비일비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고3 학부모 이모(46)씨는 “일부 학교는 교사가 3학년 2학기 내신 성적이 필요 없는 수시 준비 학생 대신 재수를 준비하거나 정시만 노리는 학생에게 마지막 학기 내신 성적을 몰아주는 등 학교 내 성적 관리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아이들 사이에 알력다툼이 생기고,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는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좋은교사운동본부도 이날 성명서에서 “이번 사건은 명문대만을 위한 입시 위주의 교육이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을 우대하는 교육활동과 학교 문화를 만들었고, 이를 당연시하는 풍토가 우리 교육 현장에 만연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성적 줄 세우기인 수능 등 정량평가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경계하는 목소리가 많다.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교들이 명문대에 몇 명을 입학시켰느냐는 잣대로 역량을 평가 받으려 하고 학부모도 그런 데만 관심이 있으니까 이 같은 유혹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은 학종이 맞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고1 아들을 키우고 있는 이모(50)씨도 “어떤 입시 제도를 만들든 갖은 수단을 동원해 명문대에 보내려는 교육열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해당 학교에 대한 엄벌과 교육행정시스템(NEIS) 보완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하는데도 해당 학교는 명문대 진학을 위해 법적 도덕적인 기준을 넘어 소수 학생에게 몰아주기를 했으므로 설립 취소 등 강력한 조치로 일벌백계 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권한 없는 교원의 NEIS(나이스) 무단 접속 및 수정 차단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국 학교의 나이스 시스템 권한 부여 문제, 생활기록부에 대한 과도한 수정 등을 점검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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