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2개월 전 완공… 빈 건물 방치
내년부터 일부 교수ㆍ학생 이전 계획
기숙사ㆍ기초실습시설 절대 부족
교수ㆍ학생 “1시간 수업에 한나절 허비”
사령탑 부재로 후속투자 시계 제로
2년 이상 총장이 공석인 경북대대가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칠곡캠퍼스 조성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최근 학생 강의ㆍ실습동인 의생명과학관 2호관(교육관)을 준공했지만 준비 부족으로 방치된데다 미흡한 인프라를 이유로 일부 구성원들이 칠곡 이전에 반발하고 있어 의학교육에 차질이 우려된다. 정상적인 운영에 필요한 부지 추가부지와 건축예산 확보가 시급하지만, 2년 이상 총장 공석으로 후속대책 마련도 여의치 않아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경북대에 따르면 대구 북구 학정동에 의대 칠곡캠퍼스 2호관(교육관)을 지난 7월에 완공했다. 최근에는 준공검사 및 사용승인도 났다. 경북대는 2007년쯤부터 칠곡 지역에 의대 치대 간호대 등을 옮기기로 하고 1단계로 학정동 2만1,659㎡ 부지에 2012년 말 1호관에 이어 지난 7월 2호관을 각각 완공했다. 1호관은 지하 1층 지상 6층 연면적 1만1,897㎡ 규모로 땅값을 제외한 설계ㆍ건축비만 181억4,220만 원, 2호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연면적 8,888㎡에 168억 원이나 투입됐다.
이에 따라 경북대는 내년 1학기부터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일부 학년과 교수연구실을 칠곡캠퍼스로 옮긴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일부 구성원들의 반발에다 시내에서 칠곡까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이동시간 등으로 교수ㆍ학생들이 불편을 겪게 됐다.
경북대 의대는 우선 내년 1학기부터 본과 2~4학년만 이전키로 내부방침을 세우고 주임교수 회의 등을 거쳐 추석 이전에는 이전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본과 1학년과 의예과는 기초실습실의 부족 등으로 인프라가 구축될 때까지 중구 동인동캠퍼스에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일부 교수들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A교수는 “칠곡엔 동물사육시설과 기숙사는 물론 행정ㆍ후생동도 없다”며 “교육관도 의학전문대학원 시절에 이전계획을 세우다 보니 한 학년 모두 수용할 강의실도 4개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교수는 “교수가 1시간 수업을 위해 동인동서 학정동까지 오가는데 한나절이 걸린다”며 “삼덕동 기숙사(명의관)에서 10분이면 등교하던 학생들도 하루 2시간을 길바닥에 허비해야 할 판”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당초 계획한대로 후생ㆍ행정동과 동물사육시설 등 기초의학교육 인프라 구축, 장기적으로 간호대, 치대, 약대 등을 모두 옮겨야 하지만 현재 여건으로 기약조차 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북대는 2013년 대구시, 경북도와 함께 북구 학정동 경북도 농업기술원 부지를 메디컬콤플렉스로 조성키로 합의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경북대 관계자는 “하루빨리 부지를 매입하고 건축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건축비도 그렇지만 부지매입비는 대학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분위기”라며 “3.3㎡당 200만 원이 넘는 땅 2만 평 이상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당장 필요한 3호관 건립을 위해서도 부지매입비만 60억~70억 원이 필요한데 6억 원도 없는 형편”이라며 “하루빨리 새 총장이 임명돼 지역사회, 정치권 등과 힘을 모아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칠곡캠퍼스가 반쪽캠퍼스로 전락함에 따라 7월에 완공된 168억짜리 2호관은 내년 초까지 빈건물로 남게 됐고, 내년 11월에 준공할 임상실습병동 활용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임상실습병동은 환자 진료와 함께 의대 간호대 약대생과 인턴, 레지던트 등 의료진 교육실습을 위한 것으로, 기존 어린이병원 북쪽에 2,042억 원을 들여 지하 5층 지상 15층 연면적 9만2,144㎡, 700병상 규모로 공사 중이다. 완공되면 칠곡경북대병원은 현재 600병상 규모에서 1,300병상으로 대형 종합병원급으로 커지게 된다.
의대의 한 교수는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이나 고민 없이 찔끔 찔금 주는 중앙정부 예산만 생각하고 건물만 덜컥 지은 때문”이라며 “칠곡메디컬콤플렉스가 가야 할 길이라면 역량을 총 집결해 부지를 마련하고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칠곡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