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들끓으니… 비수기에도 폭주한 가계대출

지난달 8조7000억 급증 역대 두번째

정부 억제대책 불구 기록적 증가

서울ㆍ부산 아파트값 상승률 올들어 최고

재건축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달 들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이 확대됐다. 8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13% 올라 지난주(0.11%)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상승폭으로는 작년 11월23일(0.14%)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사진은 8일 촬영한 서울 강남구 아파트단지. 연합뉴스

흔히 ‘여름철 비수기’로 꼽히는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8조7,000억원이나 늘어나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8월의 대출 증가세로는 역대 최대이자, 모든 달을 통틀어서도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폭이다. 서울 지역의 이번 주 아파트가격도 올 들어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최근 두 차례에 걸친 정부의 억제대책에도 불구, 부동산 시장 이상열기와 맞물리며 가계부채의 폭증세가 점점 더 가팔라지는 모습이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국내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682조4,000억원으로 7월 말보다 8조7,000억원 불어났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작년 10월(9조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건 여름 휴가철과 겹쳐 통상 대출 비수기로 분류되는 8월에 가계부채가 기록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강남 재건축 발 열기를 타고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이 8월(1만2,000가구)에도 줄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가계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 주택담보대출 증가액 역시 지난 달 6조2,000억원 폭증했다. 이 또한 작년 12월(6조2,000억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증가폭이다.

마이너스통장대출을 포함한 가계 신용대출도 올 들어 저금리 기조를 타고 급증세다. 지난달 신용대출 증가액(2조5,000억원)은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 열풍이 불었던 2010년 5월(2조7,000억원) 이후 6년여 만에 가장 많았다. 한은은 “휴가철 자금 수요와 생계ㆍ주거비 대출 증가가 작용했다”고 설명했지만, 올 1~8월 사이 신용대출 증가액(7조6,000억원)은 벌써 작년 연간 증가폭(8조원)에 육박했다.

주택공급 조절을 골자로 하는 8ㆍ25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주택가격이 되레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가계부채 팽창 지속 우려를 낳는 요인이다. 한국감정원은 이날 지난 5일 기준 서울(0.13%)과 부산(0.15%)의 주간 아파트가격 상승률이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