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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자료 안 내놓고… 홍기택은 안 나오고… 먹통 청문회

입력
2016.09.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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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증인 최경환·안종범 빠져

첫날부터 野 ‘빈손’ 與 ‘무책임’

유일호 “일부 자료 통상마찰 우려”

대우조선 실사보고서 제출 거부

서별관회의 공적 자금 지원 논쟁

야당은 “홍 전 회장 데려와라”

정부-한진 물류대란 장외 공방도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inliner@hankookilbo.com

국회가 8,9일 이틀 간 진행하는 조선ㆍ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서별관회의 청문회)가 첫날부터 맹탕으로 흘렀다. 야당이 증인 채택을 요구한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빠지면서 일찌감치 제기된 ‘부실 청문회’ 우려가 핵심 증인인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마저 불출석하며 현실화했다. 여기에 정부도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전체적으로 맥 빠진 청문회가 됐다. 증인과 자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얻어내지 못한 야당은 무기력 했고, 여당은 맹탕 청문회에 아랑곳하지 않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의 연석회의 형태로 열린 이날 청문회는 증인 채택 및 자료 제출 문제로 시작부터 질타가 쏟아졌다. 김성식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이번 청문회를 대하는 정부ㆍ여당의 태도는 세월호가 가라앉았을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며 “1997년 외환위기에 앞서 터진 한보사태 때와 같은 맹탕 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청와대 서별관회의 회의록, 대우조선해양 실사보고서 등의 핵심 자료 제출이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새누리당 소속 조경태 청문위원장도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의 청문회가 돼선 안 된다”고 거들었다. 하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부 자료는 통상마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며 제출을 거부했다.

홍기택 전 회장 등 핵심 증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데 대한 비난도 이어졌다. 송영길 더민주 의원은 “최경환 전 부총리와 안종범 수석이 누락된 것도 유감이지만 그나마 의미 있는 증인이 홍 전 회장이었다”면서 “임의동행 명령을 내리든지 검찰 협조를 받든지 해서 증인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정부가 홍 전 회장의 소재지를 미온적으로 파악하는 게 아닌가. 어떻게 보면 (일종의) 증거은닉”이라고 날을 세웠다. 조 위원장은 “홍 전 회장 소재 파악을 위해 진작에 경찰청과 법무부에 요청을 해 뒀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우리 경제의 향배를 가늠하는 청문회가 돼야 하는데 처음부터 핵심 증인이 빠지는 깃털 청문회, 자료 요청조차 거부되는 먹통 청문회가 돼 큰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청문회에서는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공적 자금 지원 결정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야당은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을 알면서도 공적 자금 투입을 결정한 게 아니냐고 추궁했다. 특히 서별관회의가 있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9일 열린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김기식 당시 의원이 분식회계 의혹을 질의한 점을 부각시켰다.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 전 의원은 “2014년 홍기택 당시 산은 회장을 따로 만나 대우조선해양의 상황을 점검해 보란 얘기를 전했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에서 파견한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상관 없이 현장책임자에 회계처리 전결권이 있어 부실을 제때 감지하지 못했다”며 “홍 전 회장이 자기가 (대우조선에) 속임을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일호 부총리는 이와 관련해 “회계분식 위험성은 인식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당시 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회사에 즉각적인 손실이 왔을 것”이라고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추경호 새누리당 의원은 “결과적으로 혈세가 들어가고, (구조조정의) 아픔이 있어 정책적 책임의식을 느낄 수 있다”면서도 “자금수혈이 없었다면 대우조선의 부실에 따른 우리 경제 손실이 55조2,000억원에 달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최근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만류한 사실이 공개돼 이목을 끌기도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정 사장은 청문회 말미에 자유발언 기회를 얻자 “지금 옥포에서 4만명이 근무하는데 그 사람들은 생사가 달렸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옥포 앞바다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로 자구계획을 달성하겠다”며 “4조2,000억원 이상의 추가 지원 없이 대우조선을 정상화시키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정부가 한진해운 법정관리에 따른 물류대란과 관련해 한진 측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정부와 한진 측의 장외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이후 물류대책을 사전에 마련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관계부처가 대책을 논의했지만, 한진 측이 화주정보, 운송정보 등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한진 측에 책임으로 돌렸다. 한진해운 측은 “운송정보 등에 대한 자료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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