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 직접 출석 “정부 동의 아니라 협의 필요”
정부는 “협의 성립은 합의 의미한 것”
청년수당 등 사회복지사업 추진 과정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서울시·경기 성남시와 정부가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날카로운 공방을 벌였다. 지방자치단체가 독자적 사회보장제도를 시행할 때 정부와의 협의ㆍ조정을 거치도록 강제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 공개변론에서다. 특히 성남시에선 이재명 시장이 직접 출석해 변론을 주도했다.
8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진행된 이날 변론에서 두 지자체(청구인)와 정부(피청구인)는 2시간에 걸쳐 격론을 주고받았다. 쟁점은 지난해 말 이뤄진 정부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 행위가 지자체 권한을 침해하는지 여부다.
올 초부터 시행된 현행 지방교부세법 시행령엔 정부가 교부세를 깎거나 되돌려 받을 수 있는 요건에 사회보장기본법상 협의ㆍ조정 절차 위반이 포함됐다. 사회보장기본법 26조엔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려는 지자체는 제도와의 중복 여부, 재정상 영향 등을 검토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와 사전 협의하고 협의가 결렬될 경우 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의 조정을 받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런 절차를 어기거나 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으면 제재(교부금 삭감)을 받도록 시행령이 개정된 것이다. 그러자 성남시는 지난해 12월, 서울시는 올해 1월 각각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고, 헌재는 이를 병합 심리 중이다.
서울시와 성남시는 개정 시행령이 헌법에 규정된 지방자치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측은 “이번 재판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와 사회보장제도 발전에 있어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지자체가 운영하는 사회보장제도가 자기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교부금을 감액하는 것은 헌법상 허용되지 않을뿐더러 중앙 및 지방정부의 경쟁을 통해 더 나은 복지 서비스를 원하는 국민들도 바라지 않는 바”라고 말했다. 이 시장도 "교부세 감액 규정은 결국 지자체는 정부가 동의해야 복지사업을 할 수 있다는 뜻이고, 이는 정부에서 임명된 관료가 지방자치를 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성토했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지자체가 만든 사회보장제도가 기존 제도와 중복되지 않는지, 지자체 재정자립도 편차가 큰 현실에서 지역 간 복지 격차가 지나치게 커지지 않는지 등을 협의하고 조정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라며 맞섰다.
양 측은 특히 사회보장기본법에 규정된 협의·조정의 효력을 두고 치열한 법리 논쟁을 벌였다. 이 시장은 “정부의 조정개입 권한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자치권의 본질을 침해할 만큼 지나치면 안 된다”며 “그 때문에 법은 ‘동의’가 아니라 ‘협의’라고 명시했고, 협의가 안되면 조정을 하되 그 결과를 의무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반영’하도록 돼 있다”고 청년배당 등 복지사업 강행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사회보장위원회가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ㆍ교육부ㆍ보건복지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실상의 정부기구라 정부와 지자체 이견 조정 역할을 수행하기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내놨다.
정부는 “법조문을 보면 협의가 성립하지 않으면 조정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는 만큼 협의 성립은 합의라고 봐야 한다"며 “두 지자체가 정부와의 합의 절차 없이 사업을 강행하며 절차를 위반한 것이 문제의 근본 원인”이라고 응수했다. 정부는 또 협의ㆍ조정 제도가 시행된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협의가 성립된 사업 733건 중 정부가 지자체 계획에 동의한 경우가 625건(85%)에 이른다며 “자치권 침해 주장은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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