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컨설팅 받은 청년들 앞장
사투리 문구점ㆍ우리밀 빵집 등
하루 2000여명 고객몰이 성공
기존 상인들 매출도 5배나 껑충
광주에서 20대 초반 결혼해 육아에만 전념하던 노지현(28)씨는 지난해 8월 집에서 직접 ‘김부각’을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김부각은 육수로 찹쌀죽을 만들어 김에 발라 건조시킨 식품인데 꽤 반응이 좋았다. 직접 맛을 보고 구매하려는 고객이 늘어나자 노씨는 오프라인 매장을 얻어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싶었다. 하지만,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데다 초기 자본이 필요하고, 임대료 등의 부담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없었다.
그러다 중소기업청의 전통시장 창업 지원사업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지난 4월 광주 송정역 앞의 ‘1913송정역시장’에 오프라인 매장 ‘느린먹거리by부각마을’을 개점했다. 창업 컨설팅과 임대료 지원 등을 통해 창업의 두려움을 걷어낸 그는 온라인 판매 때보다 고객이 부쩍 늘어 월 1,0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는 주문이 몰려 연일 밤을 새며 제품을 만들어 배송하고 있다. 그는 “전통시장에서 마음 편히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어 정말 좋다”고 말했다.
‘1913송정역시장’이 청년 창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1913년 이 곳에 터를 잡았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진 시장은 2~3년 전 55개 점포 중 35%가 빈 가게였을 정도로 상권이 추락했다. 그러다 시장이 활기를 띤 것은 지난 4월 정부의 지원을 받은 20~30대 청년 10여명이 잇따라 창업에 나서면서부터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현대카드는 지난해 1월부터 전통시장활성화 프로젝트를 시작해, 방치된 빈 점포 10곳을 리모델링한 뒤 청년상인들에게 창업 공간과 컨설팅 교육 등을 제공했다. 청년상인들의 간사를 맡고 있는 손경재(32) 꼬지샵 대표는 “사업 경험이 없는 초보 청년 상인들이 창업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침체됐던 시장은 참신한 아이템을 들고 창업한 청년 상인들 덕분에 하루 2,000명 안팎의 고객들이 방문하는 ‘핫 플레이스’로 변신했다. 문구점 ‘역서사소(여기서 사세요)’를 운영하는 김진아(33)씨는 억세고 투박한 전라도 사투리를 브랜드로 만들었다. ‘아따’, ‘긍께’, ‘겁나게 감사한 이 맴을 어찌고 다 말한다요’ 등 생활 사투리를 담은 엽서 노트 가방 달력 포스터 등을 판매한다. 전라도 사투리를 재미있어 하는 외지인들이 많이 찾아와 하루 평균 30만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김 대표는 “손님들의 반응이 좋아 올해 안에 경상도, 제주도 방언이 담긴 엽서 노트 등을 만들어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양우(36)씨가 운영하는 빵집 ‘또아식빵’엔 갓 구워낸 빵을 사려는 고객들이 몰려든다. 15년간 대기업 제과업체에서 점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창업한 유씨는 우리 밀을 원료로 식빵을 만들어 2,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매 시간 구운 빵을 사기 위해 손님들이 줄을 설 정도다. 유 대표는 “다른 곳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다 임대료 부담이 적은 이 시장에 점포를 얻었는데, 장사가 잘 되고 있다”며 웃었다.
시장의 기존 상인들도 활기를 되찾았다. 김인섭 1913송정역시장상인회 회장은 “낙후됐던 우리 시장이 이제 관광명소가 됐다”며 “방문객이 늘어 기존 상인들도 매출이 5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광주=글ㆍ사진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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