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임명 직후 대학 동문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적절한 글을 올려 뭇매를 맞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공식 사과를 했다. 하지만 사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준비해온 글만 읽고 5분 만에 자리를 뜨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 정치적 부담 때문에 억지 사과에 나선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 농식품부 기자실을 방문해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해 소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에 대한 의혹이 그대로 언론에 보도됐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으로 평소 친숙하게 생각해오던 모교 동문회 SNS에 답답한 심경을 다소 감정적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비록 공식 취임 전이라 하더라도 정무직 장관으로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김 장관은 지난 4일 자신의 모교인 경북대 동문회 밴드에 올린 글에서 “청문회 과정에서 온갖 모함과 음해, 정치적 공격이 있었다”라며 “시골출신에 지방학교를 나온 이른바 ‘흙수저’라고 무시한 것이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또 “내 명예를 실추시킨 언론과 방송·종편 출연자를 대상으로 법적인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김 장관은 ‘흙수저 발언을 취소할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표현이 적절치 못했다”고만 답했다. 그는 질문이 계속 이어졌지만 “일정이 있다”며 곧바로 자리를 떴다.
이 같은 김 장관의 사과문 발표를 두고, 야당의 해임건의안 제출과 김 장관의 사과를 요구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발언에 정치적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김 장관이)국민과 야당 앞에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