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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임기 말년 외교무대 레임덕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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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임기 말년 외교무대 레임덕 실감

입력
2016.09.08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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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 정상, 美보다 中에 손짓

G20ㆍ아세안정상회의서 홀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갈라 만찬에 참석, 만찬장에 입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7일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NCC)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 갈라 만찬에 참석, 만찬장에 입장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퇴임을 약 3개월 앞두고 찾은 아시아에서 ‘외교 레임덕’의 직격탄을 맞았다. 아시아 각국 정상들은 앞다퉈 미국 보다는 중국에 먼저 손을 내밀며 오바마 대통령을 당혹감에 빠뜨렸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7일(현지시간)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아시아 순방길에 나선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지도자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고 전했다. 4일부터 이어진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항저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및 라오스 비엔티안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일정은 태국의 친중 발언, 필리핀의 모욕 등으로 점철됐다. 뉴욕타임스는 “아시아회귀전략의 정점을 찍으려던 백악관 외교팀의 애초 계획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의 지난 4일은 엉망진창(messy)이 됐다”고 평가했다.

아세안 정상회의 이튿날인 7일에는 전통 우방국인 태국까지 오바마 대통령에게 굴욕을 안겼다. 위라촌 수꼰다파티팍 태국 정부 부대변인은 이날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는 면에서 중국의 노력을 지지한다”며 남중국해 갈등 관련 중국 측에 확연히 기운 입장을 내놓았다. 태국은 실제 2014년 프라윳 찬오차 총리가 쿠데타로 집권한 후 미국으로부터 인권 탄압과 관련한 비난을 받자 점차 친중 모드로 선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굴욕은 순방 초기부터 두드러졌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항저우에 도착하는 순간, 중국의 레드카펫 없는 의전으로 타격을 입었다. 혈맹이었던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으로부터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아시아 지도자들의 ‘거리두기’ 행보는 공교롭게도 오바마의 레임덕과 중국의 부상이 정확히 맞물리는 시기에 불거졌다. 그래서 ‘지는 해’ 오바마의 마지막 순방 외교는 오히려 중국의 외교 승리만 부각시켜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마자 연구원은 “오바마 정권의 ‘재균형’ 정책을 실패로 단정 짓긴 이르지만 최근 외교적 위기를 봤을 때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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