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군사력의 대폭적 증강에 따른 ‘힘을 통한 평화’(peace through strength)라는 국방 정책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8일(현지시간) 펜실베니아주 필라델피아 유세에서 “우리는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갈등을 피하고 방지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방력을 대폭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가 내세운 ‘힘을 통한 평화’ 정책은 공화당 출신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국방노선이기도 하다. 보수층이 민감해하는 안보 이슈에서 강한 면모를 과시해 주요 지지층인 공화당과 군인의 표심을 결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현행 50만명 수준의 육군을 45만명으로 줄이려 하는데 나는 54만명으로 늘리겠다”며 “276대의 해군 함정은 350대로, 1,113대의 전투기는 1,200대로 늘리겠다”고 구체적인 수치를 밝혔다. 예산 확보를 위해서는 “미 정부가 2013년 발동한 예산 자동삭감제도(시퀘스터)에서 국방예산을 제외하도록 의회에 요청하고, 새로운 국방예산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는 또 취임 후 30일 이내에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이번 공약이 트럼프가 그동안 내놨던 국방정책 가운데 가장 포괄적이며 공화당의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현실 가능성은 낙제점을 줬다. NYT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시퀘스터 폐지도 공화당이 지난 5년간 노력했지만 의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안에 IS 격퇴안을 내놓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든 처방전”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의 클린턴은 이날 NBC 방송의 안보 프로그램에 출연해 군 통수권자에 적합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호소했다. 특히 클린턴은 국무장관으로서의 국정 경험을 부각하며 “트럼프와 달리 외교정책에 안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과거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졌던 것에 대해서는 “실수임을 인정한다”면서 “대통령이 되면 이라크와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이라크의 유전 지역에 군대를 파병해 미국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트럼프의 주장과는 배치된다.
한편 NBC와 여론조사업체 서베이몽키가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현역과 퇴역 군인 가운데 55%가 트럼프를 지지하고 클린턴 지지는 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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