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거액 받고 반성의 태도 안 보여”
홍 지사 “노상강도 당한 기분…항소”
대권 도전이 로망이라던 홍준표(62) 경남도지사가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 받아 꿈을 접을 처지가 됐다.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인 점이 고려돼 법정구속은 면했지만 야권과 도민들로부터 사퇴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가 26일 주민소환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한다면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기 전이라도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8일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2011년 6월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의원직에 있으며 당대표도 지내고 현재 도지사인, 영향력이 큰 정치인이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했다”며 “민주주의와 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홍 지사가 금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허위로 사실을 꾸며냈다거나 중간에 돈을 가로챈 ‘배달사고’를 냈다고 주장해온 점 등을 들어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실형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사망한 성 전 회장의 생전 진술들에 대해 “진술 경위가 자연스럽고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부합해 특별히 믿을 수 있는 얘기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돈을 건넸다는 윤 전 부사장의 자백, 그리고 성 전 회장의 수행비서 등 측근들의 진술도 일관되고 믿을 수 있다고 결론 냈다. 홍 지사 측근인 엄모(60)씨 등 2명이 윤 전 부사장에게 ‘홍 지사를 빼자’는 취지로 회유를 시도하며 전화한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은 ‘배달사고’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핵심 근거가 됐다.
홍 지사는 선고 뒤 “노상강도를 당한 기분이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납득하지 못할 (검찰의) 주장을 (재판부가) 전부 받아들였다. 항소해서 바로잡겠다”고 불만을 표했다. 성 전 회장의 지시로 돈 전달 심부름을 한 윤 전 부사장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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