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사장 시절 실적 위해 부당 지시
대규모 회계 조작 공모 의혹도
고재호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손실이 발생할 것을 미리 알고도 실적을 쌓기 위해 수조원대 적자수주를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의 대규모 회계조작도 무리한 적자수주의 결과였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확보한 올해 1월 대우조선 감사위원회의 고 전 사장에 대한 검찰 진정서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영업담당 총괄 부사장 시절 영업손실이 뻔한 상황에서도 수조원대 적자수주를 밀어붙였다.
적자수주는 ‘실적 쌓기’용이었다. 2010년 피터 쉘터 선박 건조의 경우 회사 견적지원팀은 입찰 가격으로 5억2,600만유로를 제시했으나, 당시 부사장이던 그는 17.5%를 인하한 수정견적을 제시하도록 지시했다. 이듬해 송가(Songa) 프로젝트 역시 최초 입찰가격인 6억1,680만달러보다 15% 낮춘 5억5,400만달러에 체결하도록 했다. 감사위는 “결재권자인 (당시) 고재호 부사장 등이 ‘이렇게 하지 않으면 수주가 안 된다’며 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감행했다”고 밝혔다.
2010년 8월 프랑스 정유업체 토탈과 부유식 저장소 수주 계약도 마찬가지였다. 실무진이 예상한 이 사업의 비용 견적은 18억9,560만달러였음에도 실제 체결한 계약금액은 18억5,796만달러였다. 원가에도 3,764만달러가 못 미쳤다. 계약 시점부터 원가가 계약금액보다 많아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수주를 강행한 셈이다. 비록 세부적인 내용에는 관여하지 않았지만, 당시 최종 결재권자였던 남상태 사장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적자수주를 감추기 위해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파견한 김갑중 최고재무책임자(CFO) 등과 공모, 예정원가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회계조작을 했다고 제 의원은 보고 있다. 이런 실적 쌓기 덕에 고 전 사장은 2012년 4월 사장에 취임했다. 제 의원은 “적자수주에 따른 대규모 회계조작은 이미 5~6년 전부터 예견된 범죄였다”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혈세 투입으로 되돌아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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