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美 태권도 사범 이준혁씨 “농촌 출신이라고 지레 포기하거나 기죽지 마세요”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美 태권도 사범 이준혁씨 “농촌 출신이라고 지레 포기하거나 기죽지 마세요”

입력
2016.09.08 15:12
0 0
재미교포 태권도인 이준혁(54ㆍ공인 8단)씨가 8일 전북 김제시 금구중학교에서 강의한 후 한 학생의 정권지르기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수학 기자
재미교포 태권도인 이준혁(54ㆍ공인 8단)씨가 8일 전북 김제시 금구중학교에서 강의한 후 한 학생의 정권지르기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다. 최수학 기자

태권도장 10개국 50여개 운영

김제 금구중학교 학생들에 특강

“고국에 와서 금수저, 흙수저 얘기 들으니 참 안타까워요. 여러분, 농촌 출신이라고 지레 포기하거나 절대 기죽지 마세요. 꿈꾸고 노력하는 사람, 반드시 그 꿈을 이루게 됩니다. 제가 바로 그 징표입니다. ”

8일 오전 전북 김제시 금구중학교 강당. 재미교포 태권도인 이준혁(54ㆍ공인 8단)씨가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중학생들 앞에서 달랑 맨주먹 하나 들고 태평양을 건너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얘기했다.

“제는 촌놈 출신이어서 미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어요. 살던 동네에 전기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들어올 정도로 외진 두메였어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 따라 농사를 도우며 성실과 근면을 배웠죠. 논두렁 밭두렁 누비면서 단련한 심신이 낯선 이역만리에서 우뚝 설 수 있게 한 기본이 됐어요. 미국 생활 초기에는 20달러로 한 달을 버텨야 할 정도로 가난했어요. 잠은 차 속에서 자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빵을 헐값에 구입해 땅콩버터에 발라먹었어요. 그때 기억 때문에 지금도 땅콩버터는 쳐다도 안 봐요. 하지만 이를 고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내 꿈을 펼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지요. 어떤 힘든 순간에도 미국 최고의 태권도 도장을 만들겠다는 꿈이 제 가슴에 늘 무지개처럼 떠 있었으니까요.”

이 사범은 전북 고창군 해리면 출신이다. 고향에서 초중고를 마치고 서울 올라와 대학 1학년을 다니다 미국으로 건너갔다. 이후 33년간 태권도 사범으로 활동하며 제자 5만여 명, 이 가운데 유단자만 1만여 명을 배출했다. 현재는 미국ㆍ캐나다는 물론, 중남미와 유럽ㆍ중동 지역 10개국에 태권도 도장ㆍ클럽 등 50여 개를 운영하고 있다.

8일 전북 김제시 금구중학교에서 재미교포 태권도인 이준혁씨가 여학생의 발차기 자세를 지켜보며 지도하고 있다. 최수학 기자
8일 전북 김제시 금구중학교에서 재미교포 태권도인 이준혁씨가 여학생의 발차기 자세를 지켜보며 지도하고 있다. 최수학 기자

미국 활동 본거지인 노스캐롤라이나주 나이트데일 시에서는 주민들의 신망이 두텁다. 양로원 등 복지시설을 찾아가는 자원봉사와 학교를 대상으로 한 독서캠페인, 방과후 교육 무료 알선, 빈민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기부 등에 앞장선 덕분이다.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까지 지냈다. 2011년에는 민주당 후보로 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173표 차로 아깝게 졌다. 인구 3만명 중 한국인이라곤 이 사범을 포함해 단 두 집에 불과한 지역이다.

이날 이 사범이 특강을 한 금구중학교는 한 학년당 2개 학급, 전교생 100명이 채 안 되는 농촌의 작은 학교다. 김판용 교장이 이 사범의 고교 3년 선배다. 김 교장은 “이 사범이 청주 무예마스터십 대회 참석을 위해 고국 온다는 얘기를 듣고 우리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달라며 방문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사범은 지자체와 대학, 서울 국기원ㆍ무주 태권도원 등 기관 방문 등 바쁜 일정 일부를 미루고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농촌 학생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싶다”며 이곳을 찾았다. 이 사범은 “한국인 최초의 미국 주지사가 다음 목표”라고 밝혔다.

김제=최수학 기자 shc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