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공들인 민주주의 체제
모디노믹스의 약진 밑거름으로
산업화 통해 13억의 삶 향상 목표
타밀어 ‘엄마 아빠’ 표현 인연 입증
인도 경제성장 롤모델은 코리아
한국 기업 전담 지원기구도 신설

“인도의 빠른 경제 성장은 오랜 시간 공들여 이룬 민주주의 덕분이다.” 비크람 도래스와미(46) 주한 인도대사에게 인도의 급속한 경제 성장의 비결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세계 2위의 인구도, 공격적 경제성장 정책도 아닌 민주주의 체제 덕분이라는 것이다. 그는 “다원주의 사회인 인도는 민주주의로 사회 갈등을 수습한 뒤 정부가 경제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명시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중국에 대한 견제심리도 엿보였다. 중국과 미국의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는 “국제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미국의 손을 들었다. 중국에 대한 인도의 외교 정책 질문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기도 했다. 인도는 최근 아시아 지역에서 패권을 확장하는 중국과 갈등을 겪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주한인도대사관에서 만난 도래스와미 대사는 “한국과 인도는 비슷한 부분이 ‘매우 매우’ 많다”며 “2,000년 전부터 교류를 시작한 양국은 역사적으로 얽혀 있는 ‘자연적 동맹’ 관계”라고 친근함을 표시했다.
_인도의 경제 성장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완성한 민주주의 덕분이다. 넓은 인도 땅에는 굉장히 많은 민족과 종교, 언어가 섞여 있다. (영국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후 사회 갈등이 극심했다. 유일한 해결책은 모두가 의회에 모여 대화를 나누는 민주주의였다. 민주주의 덕분에 다양한 구성원이 인도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어울려 살아간다. 전 세계가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여년 동안 인도가 더딘 발전을 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민주주의를 완성해 현재 정부가 경제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
_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경제정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디 노믹스의 핵심은 무엇인가.
“인도는 아직 개발도상의 국가다. 그런데 개발도상국 중 거의 유일하게 서비스산업이 제조분야보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문제는 이런 구조의 경제는 (기술혁신과 시장 확대가 어려워)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인도의 산업화다. 기업을 더 생산적으로 만들고, 청년은 더 쉽게 창업을 하며, 한국과 같은 기술 강국과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13억 인도인들이 더 나은 삶을 누리게 하는 게 모디노믹스의 목표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한국에 와서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인도 공용어인 타밀어에서도 ‘엄마’, ‘아빠’를 같은 단어로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한두개가 아니라 수백개의 단어가 유사하다”면서 “양국이 2,000년 전부터 (가야와 고대인도 국가인 아유타국이) 교류했다는 점을 실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도도 한국처럼 매운 음식을 즐기고 좌식 생활을 하며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밤 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를 한다”며 “양국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얽힌 자연적 동맹”이라고 덧붙였다.
_인도에 대한 한국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모디 총리의 방한 이후 양국 관계 발전은 어떤가.
“모디 총리는 한국을 경제성장의 롤 모델로 보고 있다. 한국은 천연 자원 없이 인적 자원으로만 부유한 국가가 됐다. 한국인들은 대단히 친절하고 부지런하며 성장에 대한 열망이 크다. 이런 면은 우리에게 큰 영감을 주고 있다. 13억 인도국민이 한국인의 근면함과 경제성장에 대한 열망을 배운다면 인도의 미래가 어떻게 변할지 상상해 보라. 물론 한국도 거대한 인도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모디 총리의 방한으로 양국 관계는 눈에 띄게 발전했다. 한국 정부는 인도의 인프라 개발에 약 11조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도로, 항만 등 인프라시설 개발에 한국 기업은 인도의 최우선 파트너가 될 것이다. 인도 상공부도 지난 6월 인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위한 전담 지원기구인 ‘코리아 플러스’를 출범했다. 특정 국가의 민원 해결, 투자유치를 전담하는 기구를 인도 정부가 설치한 건 일본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다. 아울러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도 해군이 한국에 입항해 군사 협력을 가지는 등 군사 협력도 강화되고 있다. 그럼에도 국방, 우주개발, 관광 등의 여러 분야에서 양국이 함께 협력할 분야는 무한히 많다.”
_인도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인도의 정치 상황은 한국과 굉장히 다르다. 인도는 연방제로 29개 주가 자치권을 가지고 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방 정부와의 협력도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변호사 없이 인도에 간 한국 기업인이 사업 협상을 한 뒤 악수를 하면(구두 계약) 끝이라고 여길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커다란 비용을 치를 수 있다. 인도에서 모든 계약은 계약서 사인으로 완료된다. 반드시 변호사를 대동하기를 권한다.”
인도는 과거 냉전 시기에도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중립을 표방하며 독자 노선을 걸어 왔다. 하지만 최근 동중국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과 급속히 가까워지고 있다. 도래스와미 대사는 중국에 대한 입장을 묻자 “답변이 어렵다”고 혹시 모를 중국과의 갈등을 피하면서, 남중국해 분쟁에 대해서는 “국제법에 따른 항행의 자유와 자원의 개발을 보장해야 한다”고 사실상 미국의 손을 들었다.
_독자 노선이던 인도가 최근에는 미국과 급속히 가까워지는 것 같다.
“인도는 미국과 다양한 경제적ㆍ외교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빠르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의 최대 투자 국가이며 수만명의 인도인들도 미국의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양국은 해군, 육군, 공군 연합 훈련도 벌이며 국방 협력도 공고히 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표현대로 미국과 인도는 ‘21세기의 동반자 관계’를 정의해 가고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비크람 도래스와미(46) 주한 인도 대사는
인도 델리 대학을 졸업한 뒤 1992년 인도 외무부에 입사했다. 주홍콩 대사관과 주중국 대사관, 주유엔 인도대표부 근무했고, 인도 외무부 북미국장을 거쳐 2015년 4월 주한인도대사에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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