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에 앉아 있거나 품속에 폭 안겨 있진 않지만 조금 떨어져서 ‘온 몸으로’ 주인을 바라보는 개가 있다. 주인이 깜빡 하고 현관문을 닫아버려도 낑낑대거나 문을 긁지도 않고 문을 열면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 뿐이다. 그래서 ‘은근한 개’로 불린다. 웹툰 ‘마루의 사실’의 주인공인 혼종견 수컷 마루(6세)다. 김준(필명 의외의사실) 작가와 마루와의 일상을 담백한 그림과 문체로 담아내 반려인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마루의 사실의 시즌 2가 최근 연재되기 시작했다.
동물 웹툰은 주로 고양이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작가들이 작업을 집에서 하다 보니 활동량이 많은 개보다는 실내 활동을 주로 하는 고양이들을 키우는 이들이 많은데, 작가들이 ‘집사’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고양이들을 웹툰 소재로 삼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반려견과의 일상을 다룬 마루의 사실은 독자들에게 대세인 고양이 웹툰과는 다른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다.
마루의 사실에 나타난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담담한 글과 그림은 실제 김 작가와도 많이 닮아 있다. 그렇다고 지루하지는 않다. 마루의 눈빛과 움직임에는 생동감이 살아있다. 이는 김 작가가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애니메이션은 길이가 짧더라도 촘촘하게 매 순간을 그려야 하는데, 그 작업 습관이 바탕이 되면서 웹툰에서도 마루의 움직임이 자세하게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웹툰은 애니메이션보다 작업시간이 짧은 반면 글과 그림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어 흥미롭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5년 전 우연히 갈 곳이 없어진 마루를 발견하고,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하지만 마루와의 만남은 김 작가의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주 업무가 애니메이션 영상 제작에서 웹툰 제작으로 바뀌었다. 작업하면서 혼자 지내던 시간이 많았던 김 작가는 매일 마루를 산책시키면서 지나가는 주민들과, 카페 내 손님들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고 한다.
“동물이라는 존재는 멀리서 보는 거랑 함께 사는 거랑은 완전히 다르잖아요. 강아지 하면 발랄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면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 외의 다른 면들도 많이 있다는 것, 개도 자신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시즌1에는 강아지를 처음 데려온 이후 느낀 설레임이나 새롭게 발견해 가는 것을 주로 다뤘다면 레진코믹스에서 연재중인 시즌 2는 이제는 나이가 든 마루와 익숙해진 일상을 다루고 있다.
“마루를 데려왔을 때에는 강아지였는데 이젠 여섯 살이 됐어요. 마루 입장에선 사람보다 시간이 더 많이 흐른 게 아닐까요. 함께 나이 들어가고 같이 살면서 달라진 익숙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요.”
김 작가는 마지막으로 반려인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생명을 가족으로 받아들인다는 것은 단순히 밥을 먹이고 산책을 시키는 게 다가 아니다”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며, 생활에 큰 변화가 있다는 걸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 김준 작가의 반려견 ‘마루’그리기 영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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