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추석 때 성묘를 앞두고 있다면 산에 오를 때는 밝은 색 옷을 입을 필요가 있겠다. 최근 연구에서 말벌이 검은색이나 갈색 등 어두운 색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공격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8일 국립공원관리공단이 6~9월 경남 합천군 가야산국립공원에서 실시한 말벌 공격성 실험 결과에 따르면, 말벌은 색깔을 접했을 때 검은색, 갈색,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등의 순서로 공격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대상은 전국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등검은말벌과 털보말벌이었다. 국내에서 말벌 공격성을 분석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말벌이 어두운 색에 흥분하는 이유는 천적인 곰과 오소리, 담비 등의 털 색깔이 주로 검거나 짙은 갈색이기 때문인 것으로 공단은 추정하고 있다. 벌집을 건드리는 실험에서 말벌은 마네킹의 머리 부분을 집중 공격했는데, 이 역시 마네킹 머리카락 색깔이 검은색인 것과 관계가 깊다.
이 때문에 성묘를 위해 산에 오른다면 밝은 색 옷을 입고, 모자를 착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정종철 국립공원관리공단 책임연구원은 “말벌은 강한 향을 기피하는 경향도 보였는데, 특히 레몬즙을 옷에 뿌리면 사람에게 다가오는 빈도가 줄었다”고 말했다.
실수로 나무에 있는 벌집을 건드렸다면 최소 20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재빨리 도망쳐야 한다. 만약 벌에 쏘였다면 벌침을 제거하려 해서는 안 된다. 침을 빼기 위해 상처 부위를 자극하면 염증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쏘인 부위를 되도록 차갑게 한 뒤 빠른 시간 내에 병원으로 가야 한다.
말벌은 생명을 앗아갈 수 있을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벌에 쏘인 환자 수는 모두 5만6,000여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2014년까지 133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서도 경남지역에서만 벌초를 하다 말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가 3건이나 발생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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