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ㆍ중ㆍ미ㆍ일과 연쇄회담 마무리
中ㆍ러에 조건부 사드 배치論
선제 제시하며 정면충돌 피해
한미 회담선 “확장 억제” 메시지
강력한 대북 억지 분명히 확인
“시진핑, 외교적 레토릭에 불과”
中ㆍ러와 갈등 불씨는 여전
박근혜 대통령이 7일 한반도 주변 4강과의 정상 외교를 마무리 했다. 북핵과 사드 리스크가 커지는 시점에, 박 대통령은 다자외교 무대를 활용해 러시아(3일) 중국(5일) 미국(6일) 일본(7일)의 정상들을 차례로 만났다. 닷새 만에 4강 모두와 양자 정상회담이 열린 것 자체가 이례적인 외교 일정이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ㆍ러시아의 반대 속에서 대북 공조 체제의 균열을 일단 막은 것이 이번 4강 외교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힌다. 또 미국의 강력한 대북 억지를 확인 받은 것은 핵ㆍ미사일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북한에 상당한 압박이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2일 러시아ㆍ중국ㆍ라오스 순방을 위해 출국하면서 러시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북핵 위협이 제거되면 사드 배치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며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공식화했다. 중국ㆍ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파국을 막기 위해 먼저 꺼내 보인 카드였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과의 회담에선 ‘한미중 3국의 사드 소통’을 제안했다.
결국 박 대통령은 중ㆍ러와 정상회담에서 정면 충돌을 피했다. 특히 한중 정상은 사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도 “한중 관계는 되돌릴 수 없는 역사적 대세”라고 선언했다. 대북 제재의 열쇠를 쥔 시 주석은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를 완전하고 엄격하게 이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사드와 한중 관계를 분리 대응할 뜻도 시사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중 정상이 만나 사드 갈등을 전략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양국 관계 악화 우려를 차단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물론 사드를 둘러싼 중ㆍ러와의 갈등은 여전히 살아 있는 불씨다. 사드 배치 절차가 진행되면 경제보복 카드 등을 동원해 중ㆍ러가 반발 수위를 다시 높일 가능성이 크다. 4강 외교 성과를 놓고 “중국이 한국의 여론과 국제사회의 시선 등을 감안해 사드 반대 수위 조절을 했을 뿐, 시 주석의 정상회담 발언들은 외교적 레토릭(수사)에 불과하다”(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비관론도 나왔다.
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공고한 한미동맹과 대북 억지력을 확인해 김정은 정권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7일 한일 정상회담에선 한미일 3각 북핵 공조 체제에 힘을 실어 중국을 압박했다. 한일 정상은 또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로 가기 위해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아, 한일 관계 정상화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청와대는 한미 정상이 “확장 억제(extended deterrence)를 통한 강력한 대북 억지”를 공론화한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북핵 억제를 위해 사드 뿐 아니라 미국의 핵 우산을 실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부각시켜 북한과 중ㆍ러에 한층 강도 높은 압박 메시지를 보냈다는 설명이다. 김한권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마지막 한미 정상회담에서 확장억제 문제를 꺼내면서, 내년 초 미국 정권이 바뀌어도 미국의 한반도 핵 억제 정책과 한미 동맹의 대북 억지력이 유효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평가했다.
비엔티안(라오스)=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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