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도 교보생명 등에 투자유치 노력
한화생명이 최근 민영화 작업을 재개한 우리은행의 지분을 매입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굳혔다. 이 같은 결정엔 우리은행의 최대주주이자 동시에 한화생명의 주요주주이기도 한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요청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우리은행 지분 분할매각에 대한 투자의향서(LOI) 제출 마감(9월23일) 직전인 오는 22일 이사회에서 우리은행 지분 매입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은행과 보험영업의 시너지 확대 차원에서 우리은행 지분 4%에 대한 투자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표면적으로 방카슈랑스 채널 확대와 투자 다변화, 배당 소득 등에 대한 기대를 이번 우리은행 지분 매입의 이유로 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미 우리은행의 방카슈랑스 판매 상당 부분이 한화생명 상품일 만큼 상호간의 우호 관계도 돈독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대주주인 예보의 요청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공기관인 예보는 그간 구조조정 과정에 참여하면서 우리은행 지분 51.0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한화생명의 3대주주(지분율 15.25%)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화 측의 자체 판단도 있었겠지만 회사 주요주주인 정부(예보)의 요청을 외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예보가 주요주주인 한화생명이 향후 우리은행 지분을 보유하게 되면 민영화 후에도 정부 영향력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학 객원교수는 “정부로선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압박이 있겠지만 이런 식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민영화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생명이 투자 방침을 굳히면서 우리은행 지분 매각의 흥행 분위기도 고조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선 교보생명, 국민연금, 중국 안방보험 등이 관심을 가진 걸로 보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권이 아닌 지분 투자가 회사에 어떤 이득이 있을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잠재적인 매입 후보를 대상으로 물밑 투자유치 노력에 한창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위가 교보생명 뿐 아니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체국, 새마을금고 등에도 우리은행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다만 압력이라기 보다 ‘투자설명회’ 수준”이라고 귀띔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강지원 기자 styl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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