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 금액을 미리 짜고 서울ㆍ수도권 지역 학교급식 납품을 독점한 업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사전 담합을 통해 초ㆍ중ㆍ고교 2400곳의 급식 납품을 불법으로 낙찰받은 강모(45)씨 등 2명을 입찰방해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범행에 가담한 오모(48)씨 등 27명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ㆍ경기 지역에서 급식납품 업체를 운영하는 강씨 등은 입찰가를 모의한 뒤 각 업체 소재지에 따라 관할구역을 나눴다. 이후 업체 대표들은 가족 및 지인 명의로 만든 유령회사 8곳을 동원해 납품 공고가 있을 때마다 미리 짬짜미한 가격으로 중복 입찰했다. 낙찰에 성공하면 실제 납품은 각 지역 관할 업체가 대신했다. 가령 경기 하남시에 위치한 A업체가 경기 시흥시의 초등학교 급식 업체로 선정되면 실제 납품은 인근에 위치한 B업체가 하는 식이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2012년부터 4년간 1,200억원 상당의 급식납품 계약을 독점했다.
조사 결과 강씨 일당은 학교급식에 입찰할 때 서류상 업체 이름만 확인할 뿐 실제 납품 업체는 알 수 없는 전자조달 시스템의 맹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학교에 식자재를 배송하면서도 낙찰 받은 유령업체 명의로 운송장을 조작해 범행 사실을 숨겼다. 범행을 주도한 강씨는 올해 2월부터 4개월간 경기도의 한 소독업체와 짜고 배송차량 및 식자재 보관장소를 소독했다는 허위 증명서 50장을 발급받아 이 중 15매를 학교에 제출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급식 납품업체와 낙찰업체가 다를 경우 식중독 등 문제가 발생해도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릴 수 있도록 관리ㆍ감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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