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 94% “선정적 광고 접해”
고등학교 2학년 아들을 둔 주부 유수민(50)씨는 최근 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연결된 뉴스를 클릭했다가 아연실색했다. 화면 사방에 “남성, 관계 전 ‘이것’ 한 알, 내 여자 미쳐” “○○○, 완벽한 볼륨 몸매 과시” 따위의 노골적 문구와 성관계를 연상시키는 연예인 사진 등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보다 자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사진을 여러 개 붙여 동영상처럼 만든 것도 있었다. 한 광고를 클릭하자 ‘비아그라’ 선전 광고와 함께, 한층 수위 높은 저질 광고들이 빼곡히 등장했다.
7일 한국인터넷광고재단(이하 광고재단)이 남녀 중ㆍ고등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4.5%가 인터넷 이용 과정에서 선정적 광고를 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가운데 91%는 ‘마음만 먹으면 선정적 인터넷 광고에 쉽게 접근 가능하다’고 답했다.
광고재단이 주요 포털 및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터넷신문 155개에 올라 있는 선정적 광고 302건을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51.9%)이 신체노출 및 자극적 이미지를 사용한 광고였다. 또 성적 언어와 성적 묘사(17.5%), 성매매 홍보(14.9%), 성행위 묘사(11.2%) 등도 적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성인들 역시 선정적 광고행태가 도를 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광고재단의 성인 500명 대상 인식조사에서, 성인 91.2%는 ‘선정적 인터넷 광고수준이 심각하다’고 응답했고, 83.4%(중복응답)는 ‘선정적 광고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광고재단은 이 같은 조사결과를 여성가족부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전달하고 관련 심의규정 개선과 규제 및 모니터링 강화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이미 ‘정보통신에 관한 심의규정’에 선정성 심의기준이 마련돼 있으나, 그 내용이 포괄적이고 애매해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또 선정적 광고를 규제하는 법률이 부처마다 산재해 있고 일부는 중복돼 법규 해석 및 적용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에 따라 법률 재정비작업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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