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결혼을 하자마자 시집살이를 시작했다. 결혼식을 몇 달 앞두고 갑자기 실직을 해버린 남편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편은 재취업을 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살림을 아예 친구에게 맡겨버린 시어머니는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친구는 적금을 깨 쌀을 샀고 도시가스 요금을 냈다. 두 식구 집세를 아끼려다가 시부모님 생활비까지 떠맡게 된 꼴이었다. 화증이 점점 쌓였던 친구는 어느 날 시어머니에게 하소연을 했다. “어머니, 집에 아무 것도 없어요. 저녁을 차리려고 해도 마늘 한쪽 없다고요.” 다음날 시어머니는 친구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조그맣게 뭉쳐놓은 은박지였다. “네가 마늘 없대서.” 그 안에는 얇게 썬 마늘이 들어있었다. 아마 어느 횟집엔가 다녀온 모양이었다.
친구의 남편은 이후로도 영영 취업을 하지 않았고 시어머니도 생활비를 주지 않았다. 그리고 친구는 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제법 자랐다. “시댁 큰집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나면 마당에 최씨들 다 모여서 가족사진을 찍어. 최씨들만. 그 최씨들 사이에 아들을 밀어 넣고 사진 찍는 걸 보는데, 아 넌 최씨구나, 누가 뭐래도 너는 이 집안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거야. 나는 그 최씨들이 너무너무 미운데, 내 새끼가 저 집안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나는 그냥 이렇게 평생 최씨들 위해 살 수밖에 없겠구나, 싶은 거야. 이상하지?” 정말 이상했다. 그래서 코끝이 찡해졌다. 무어라 신경질을 내고 싶은데 그러지 못했다. 아주 많이 이상한 일이었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