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장 바라보고 있는 울리 슈틸리케(오른쪽)/사진=KFA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한국 축구 대표팀이 답답한 경기 속에 국제축구연맹(FIFA) 105위인 시리아와 비기면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 볼썽사나웠던 상대의 침대 축구(시간 끌기)를 탓하기 전에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 필요한 시점이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6일(한국시간) 말레이시아 세렘반 파로이의 투안쿠 압둘 라흐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시리이와 원정 2차전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반드시 이겼어야 할 조 최약체 시리아와 비기면서 한국은 조 3위로 떨어졌다. 카타르를 꺾은 우즈베키스탄이 2승으로 단독 선두가 됐고 중국과 비긴 이란은 한국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1(이란 +2 한국 +1)이 앞선 조 2위다.
경기 전 슈틸리케 감독이 강조한 실수는 없었지만 실속도 없었다. 알고도 당한 침대 축구였다. A조 최강 한국과 비기는 데 사활을 건 시리아의 입장에서 보면 그들의 각본대로 완벽하게 흘러간 경기 내용이었다. 전반은 사실상의 전원 수비 체제로 버틴 시리아와 탐색전을 벌이다 흘러갔고 뭔가 해보려는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지고 침대 축구에 당황하며 애만 태우다가 끝이 났다.
상대의 시간 끌기를 미연에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선제골이었다. 선제골만 일찍 나왔다면 앞선 2차 예선에서 각각 3-0 5-0으로 시리아를 격파한 일본의 경우처럼 대량 득점도 가능했다. 일본은 3-0으로 이긴 경기에서 후반 10분과 25분 연속골을 몰아치며 침몰시켰다. 홈에서 열린 2차전 역시 전반 18분 만에 시리아의 자책골이 터지면서 5-0의 대승을 장식했다.
절박함을 가지고 전반부터 선제골을 넣기 위해 총력을 쏟았어야 했는데 횡 패스로 시간을 허비했다. 고질적인 골 결정력은 또 말썽을 부렸다. 이날 한국은 볼 점유율 65:35 및 슈팅 개수 14:9로 앞섰지만 유효 슈팅은 오히려 시리아가 4개로 한국(2개)보다 많았다. 그만큼 비효율적이었다. 한국은 코너킥 수에서도 12:1로 압도적인 기회를 얻었지만 어떤 세트 피스를 준비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위력적이지 못했다.
더구나 후반에는 지난 중국전과 비슷하게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됐다. 슈틸리케는 지친 선수들의 교체 타이밍을 빨리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다 경기를 놓쳤다.
슈틸리케 감독의 안일함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약체 중국-시리아전을 앞두고 23명을 소집할 수 있는 대표팀을 감독의 판단으로 20명만 선발했다. 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너무 여유를 부렸다. 당초 시리아전에 합류 예정이었던 스트라이커 석현준(25ㆍ트라브존스포르)을 배려 차원에서 부르지 않은 것은 결과적으로 큰 패착이 됐다. 상대의 작전에 휘말린 슈틸리케호는 일본처럼 시리아 스스로가 자멸하도록 만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두 경기 모두 후반 체력적인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고 용병술이나 전술적인 움직임에서도 감독은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시리아전 뒤 "상대의 시간 끌기 때문에 비겼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심판들이 15분을 지연시켜도 추가 시간을 6분밖에 주지 않는 걸 시리아 같은 팀이 잘 알고 있어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나 심판을 탓하기 전에 철저한 자기반성이 우선이다. 시리아전만이 아니다. 진땀승을 거둔 중국전에서도 한국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아직 8경기나 남았지만 지금 경기력으로는 불안하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위해선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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