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배출로 교육계 주목
재학생 중 성적 우수자 40명 관리
수시 당락 좌우하는 내신 등 수정
시교육청이 금지한 심화반도 운영
학부모에 교습비 받고 나눠갖기도
광주의 한 신흥명문 사립고교 교장과 교사들이 명문대 진학자를 늘리려고 성적 상위권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와 성적을 조작한 사실이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학생들 가운데는 조작됐거나 부풀려진 생활기록부 등으로 각급 대학에 합격했을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학생부 전형의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중순 광주 S여고에서 교장으로 근무하던 A(62)씨는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 진학자를 늘리기 위해 1~3학년 학생 중 성적 우수 학생 40명의 학생기록부를 ‘특별관리’해 주기로 마음 먹었다. 학생들의 성취수준과 교과적성, 학습태도, 활동 내역 등을 글로 적는 학생기록부의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은 대학 수시모집 때 당락을 좌우하는 핵심 내신기록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는 2015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8명의 서울대 합격생을 배출했고, 2016학년도에도 5명을 서울대에 진학시켜 지역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A씨는 곧바로 2학년 학년부장인 교사 B씨와 3학년 교사 C씨를 불러 교육행정시스템(NEIS) 접속 권한을 주고, 학생들의 생활기록부를 수정하도록 했다. 생활기록부 입력과 수정을 위한 NEIS 접속 권한은 담임 교사와 해당 과목 교사에게만 부여되지만 A씨는 학교 명예를 높일 기회라는 생각에 이를 무시했다.
교장의 지시를 받은 B씨 등은 3월 10일까지 NEIS에 229차례나 무단 접속하며 자신이 담당하지 않았던 2학년 13명과 3학년 12명의 생활기록부 과목별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 내용을 36번이나 고쳤다. 이들은 해당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 ‘영어작문을 잘하고 창의적이다’는 식으로 문장을 윤색해 돋보이게 하거나 전체적인 내용을 수정하기도 했다.
특히 B씨는 지난해 1월 자신이 관리하던 3학년 학생의 수학 점수가 74점과 72점으로 낮아 내신등급이 2등급으로 떨어질 처지에 놓이자 NEIS에 접속해 점수를 78점과 80점으로 각각 조작했다가 담임 교사에 의해 다시 수정되기도 했다. B씨는 성적 조작을 대가로 학부모로부터 200만원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B씨의 성적 조작 사실은 2등급으로 떨어진 학생의 항의를 받은 해당 과목 교사가 답안지 채점 결과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들통이 났다. 향후 추가 조사 과정에서 조작된 생활기록부로 내신등급을 올려 명문대에 합격한 사실이 나올 경우 파문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교사들의 일탈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또 다른 교사 D씨 등 10명은 광주시교육청이 금지한 성적 상위 학생들을 위한 심화반을 편성해 운영하면서 학부모들로부터 2,500만원 상당의 과외교습료를 받아 해당 교사들에게 배분하기도 했다. 교사들이 학부모들에게 받은 과외교습료는 정식 보충수업료인 시간당 3만~3만5,000원보다 높은 4만~4만8,000원이었다. 심화반 편성도 A씨의 지시로 이뤄졌다. 또 교사들은 기초학력증진, 진로, 동아리, 학부모 활동 등 여러 특색사업을 통해 교육력을 높이라는 취지로 교육부와 교육청에서 교부한 사업비 7,000만원을 허위 청구하기도 했다.
광주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7일 전 교장 A씨와 교사 B, C씨 등 3명을 업무방해 등 혐의로, D씨 등 10명을 업무상배임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하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광주시교육청도 지난 8월 퇴임한 A씨를 제외한 교사 12명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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