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 건축업자들에게 건설업 등록증을 1,000여차례 빌려주고 수십억원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에게 건설업 등록증을 불법 대여 받은 무면허 건축업자들은 유령 건설사 명의로 전국 곳곳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남부경찰서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로 A(47)씨를 구속하고 B(49)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2012년 5월부터 지난달까지 무면허 건축업자들에게 건설업 등록증을 1,114차례 불법 대여하고 89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부채와 세금 체납 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건설사를 사들인 뒤 속칭 ‘바지사장’ 명의로 법인을 새로 설립해 돈을 받고 넘기는 전문 조직에게 25개 유령 건설사 명의와 등록증을 사들였다.
A씨는 B씨 등과 서류 작업, 조직 관리, 자금 관리 등 역할을 나눈 뒤 사들인 건설사 명의, 등록증을 건당 120만~3,500만원을 받고 무면허 건축업자들에게 불법 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면허 건축업자들은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알선 브로커 30여명이 끌어왔다.
경찰 관계자는 “건설업 등록을 하려면 일정 규모의 자본금, 5인 이상의 건설 관련 전문 기술인을 보유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한 건축업자들이 공사 수급을 위해 등록증을 빌린 것”이라며 “이들은 전국 1,114개 건설현장에서 도시형 생활주택 등을 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도시형 생활주택과 주거용 오피스텔에 방화 창 대신 가격이 10분의 1에 불과한 일반 창을 시공한 업체들을 조사하다 무면허 건축업자가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수사를 확대했다. 경찰은 등록증을 불법 대여한 무면허 건축업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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